감귤가격 예상 밖 호조 … 생산량 관측치 크게 밑돌아

관측실패로 농가 혼란
산지가격 관당 4천원선

  • 입력 2016.11.11 14:14
  • 수정 2016.11.11 14:15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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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최근 몇 년 부진했던 감귤가격이 모처럼 허리를 폈다. 당초 과잉생산 전망이 나와 우려를 모았지만 수확기가 닥치자 결과는 판이했다. 농가마다 크고 작은 혼선을 빚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올해 감귤농사 성적은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겨울 폭설·한파의 영향으로 감귤이 평년보다 많은 꽃을 피우자 관측기관들은 입을 모아 과잉생산을 예측했다. 올해 노지감귤 예상생산량으로 제주도농업기술원(원장 강성근)은 지난 5월 61만4,000톤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창길)은 지난 7월 59만5,000톤을 제시한 바 있다. 농민들이 생산비도 못 건졌던 지난해의 생산량 51만9,000톤보다 10톤 가까이나 더 많은 물량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은 달라졌다. 약해진 수세에 낙과가 속출했고 나무 외관은 풍성해도 안쪽은 텅 비는 현상이 일어났다. 농업기술원의 8월자 예상생산량은 54만4,000톤으로 떨어졌고 농경연 예상생산량도 매달 감소를 거듭한 끝에 11월자에선 52만7,000톤이 됐다. 생산현장에선 50만톤이 채 안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봄철 많은 개화와 여름철 고온건조한 기후로 외관이 풍성해진 감귤나무지만(왼쪽) 가지를 조금만 들춰보면 낙과로 인해 안쪽이 텅 비어있다(오른쪽).

생산량이 예상보다 크게 감소한데다 여름철 건조한 기후로 크기와 당산비까지 최적화되자 가격은 호전됐다. 지난해 같은시기 관당 2,000원대에 머물렀던 산지가격이 현재 4,000원선에 형성되고 있다. 고일학 제주 남원농협 감귤유통사업소장은 “작년·재작년 계속해서 감귤가격이 형편없어 농약값도 못 갚은 농가가 많이 있다. 올해는 다행히 관당 3,000원대 후반은 계속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생산량 관측이 어긋나면서 산지는 다소 혼란을 빚었다. 가동하지 않던 APC까지 보수해 가며 과잉생산에 대비했던 농협들은 졸지에 거래처 납품물량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고, 일부 농가는 과잉생산 관측이 나오자 지난해 가격보다도 낮은 관당 1,500원에 밭떼기 거래를 진행하기도 했다.

김윤천 전농 제주도연맹 감귤위원장은 “관측기관들이 개화현황에만 신경쓰고 이후 생육환경을 고려하지 않아 관측치에 엄청난 차이가 났다. 농가가 관측정보를 토대로 출하조절이나 적과를 제대로 할 수 없었고 헐값에 밭떼기 거래를 해버린 농가는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모처럼 올라온 가격만큼은 농가로선 큰 다행이지만, 앞으로 한 가지 걱정해야 할 문제는 출하집중이다. 제주 농·감협이나 감귤출하연합회에 출하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당도가 좋아 예년보다 수확시기가 앞당겨진데다가 지난해 수확기에 강우·폭설 피해를 본 농가들이 가급적 출하를 서두를 공산이 크다. 이르면 이달 중순부터 시작될 본격 출하기에 출하가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가격이 일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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