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누구를 위한 한-칠레 FTA 개선협상인가

  • 입력 2016.11.11 11:14
  • 수정 2016.11.11 11:16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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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16일이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유가족과 국민들이 비통해 하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칠레로 날아갔다. 학생들을 포함해 304명이 몰살을 당하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추모하고 성찰해야 마땅할 시기에 대통령은 칠레로 떠난 것이다.

문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칠레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칠레 FTA 개선협상을 하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다. 사전에 이해관계자들과 공감대는커녕 관계 부처와 협의조차 없었다. 당시 농식품부 관련부서에서는 한-칠레 정상의 발표 내용은 사전에 협의되지 않았으며,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현실화 되고 있다.

지난 9월 8일 산업통산자원부가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는 가장 민감한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은 배제되고 몇몇 농민단체만 초대됐다. 그나마 참석한 농민단체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변도 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끝이 났고, 10월 8일 국무회의에서 한-칠레 FTA 개선협상 개시를 선언했다.

정부가 한-칠레 FTA 개선협상을 하려고 하는 것은 TPP 참여를 위한 정지작업이다. TPP는 이미 타결돼 후발주자인 우리가 참여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입장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에게 거의 실익이 없는 TPP에 무리하게 참여하려는 것은 미국 중심의 통상체제에 편승해야 한다는 맹목적 사대주의적 조바심과 조금이라도 재벌의 이익에 복무하려는 통상관료들의 정경유착의 발로가 시발점이다. 그러다 보니 농업의 피해는 무시되고 때로는 왜곡되고 있다. 한심하게도 농식품부는 농업의 피해를 막기는커녕 축소하기 급급하다.

칠레가 민감품목 개방과 식물위생검역절차 완화에 목을 매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현 상태에서 피해만 산출해 15년차에 연평균 11억4,000만원의 생산 감소가 있을 것이라는 용역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칠레의 요구 그리고 TPP협상의 결과로 민감품목 개방과 식물검역절차가 완화되면 그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임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당연히 한-칠레 FTA 개선협상은 중단돼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실세의 헌법유린으로 인해 식물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미국은 TPP 자체를 부정하는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우리가 한-칠레 FTA개선협상에 서두를 필요도, 나설 상황도 아니다. 국회는 재벌의 이익만 대변하는 통상관료들의 준동을 저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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