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박근혜-최순실게이트로 국민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에선 한 농민의 마지막 가는 길을 애도하는 시민들이 모였다.
4일 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 모인 300여 시민들은 백남기 농민을 추모하는 촛불을 들고 차분한 분위기 속에 추모의 밤을 보냈다. 고 백남기 농민은 사망 40일 만에 마지막 가는 길에 올랐다. 추모의 밤 사회를 맡은 김정열 전여농 사무총장은 “불의한 시대에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 앞에 선 기적같은 시간이었다”고 지난 40일을 떠올리며 백남기 농민을 함께 지킨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중앙대 사회학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이 쓴 자작시로 시작한 추모의 밤은 살아생전 백남기 농민을 떠올리며 그의 삶과 뜻을 기리는 시간이었다. “80년대 젊음을 형님과 함께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유영훈씨는 “참 좋은 사람이었다. 함께하면 신이 났고 유쾌한 웃음이 넘쳐났다”고 회상했다.
그는 “형님은 농민가에 나오는 ‘춤추며 싸우는 농민’이란 가사대로 이 세상을 살다 가셨다”라며 “형님께서 농업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고 생명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을 알리고 가셨다”고 백남기 농민의 뜻을 기렸다. 그러면서 “전국에 많은 백남기 농민이 살고 있고 농업을 지키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백남기 농민의 막내딸인 백민주화씨는 아버지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를 낭독해 주위를 숙연케했다. 백민주화씨는 “지난해 6월 마지막 만났을 때엔 우리의 평범하고 소박한 행복이 오래 갈거라 생각했다. 소소한 행복은 처참하게 무너졌고 사과는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며 “당연함이 당연하지 못한 시대에 아버지를 보내게 돼 한스럽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어 “당연함이 제자리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그날이 왔을 때 이 슬픔을 온전히 슬퍼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의 밤은 녹색당, 노동당, 민중연합당 등의 원외정당 대표들도 함께했다. 김창한 민중연합당 대표는 “백남기 농민의 삶과 선봉에 섰던 투쟁정신이 민중승리를 향한 이정표가 됐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권이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자 처벌도 이루지 못했는데 이렇게 보내게 돼 송구스럽고 안타깝다”라면서도 “그러나 우린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박석운 백남기투쟁본부 공동대표는 지난 투쟁과정을 돌아보며 “국가폭력 종식, 살인 물대포 추방의 국민적인 공감대를 만들었다. 백남기 농민의 삶은 농업 회생의 결정적 지렛대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박 대표는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신 9월 25일부터 본격적인 2016년 민중총궐기 투쟁이 시작됐다. 백남기 농민을 지키면서 동력이 모아져 박근혜정권은 사실상 가사상태에 빠졌다”고 선언했다.
앞으로 고 백남기 농민의 장례일정은 다음날인 5일 오전 8시 발인 뒤 9시 명동성당에서 열리는 장례미사로 이어진다. 오후 2시에는 광화문 광장에서 고인을 추모하는 국민들과 함께 영결식을 진행한다. 6일은 고인의 고향인 전남 보성군과 광주시에서 각각 노제를 지낸 후 망월동 5‧18 구묘역에 안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