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친환경 인증기준, 저수지 관리 소홀로 인증 취소

서산 유기농지 인증 취소 … 농어촌공사, 공업용수 공급에 치중

  • 입력 2016.10.30 03:11
  • 수정 2016.10.30 03:16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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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지난달 29일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정승, 농어촌공사)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문제 중 하나는 저수지 관리 문제였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전라남도 함평 등 일부 지역에서 농어촌공사 관리 저수지 인근 친환경 농가들 중 일부가 인증 취소를 당했다고 언급했다.

이는 1차적으로 농어촌공사의 저수지 관리 소홀 문제도 있지만, 그와 함께 체계화되지 않은 친환경 인증제도의 문제도 있다. 저수지 상황에 따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이재욱, 농관원)에서 인증을 허가했는데 민간 인증기관에서 허가를 안 내주는 경우도,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충남 서산에서 41년째 벼농사를 지어온 지주석(58)씨. 그는 서산시 지곡면 대호저수지 인근 논에서 유기농 쌀 재배를 해 오다, 지난해 여름 한 민간 인증기관으로부터 유기농 인증 취소를 당했다. 표면적 이유는 지씨의 농지에 끌어다 쓰는 대호저수지 물이 5~6급수로 농사에 부적절한 물이기 때문이란 것이다.

충남 서산시 지곡면 대호저수지 인근 지주석 씨의 논. 이곳은 지난해 여름 대호저수지의 5~6급수 물을 쓴다는 이유로 기존의 유기농 인증이 취소되고 말았다.

그러나 지씨의 말에 따르면, 정작 농관원은 해당 민간 인증기관에 “대호저수지 물을 써도 괜찮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농관원 측 지침과는 달리 지씨는 인증 취소를 당하고 말았다.

대호저수지의 수질은 시기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 지씨가 처음 논을 친환경 인증 받을 때인 2007년 7월 16일, 인증 심사원들이 대호저수지 물을 검사했을 땐 2급수였다. 그 이후로도 매년 10월부터 그 다음해 3월경까진 수질이 2급수 선을 유지하다, 여름철 가뭄이 심히 드는 경우 부영양화 및 염분 발생 등으로 5~6급수까지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잦았다고 한다. 올해 여름도 가뭄이 심해 부영양화가 발생했는데, 그 상황에서 지씨도 인증 취소를 당한 것이다.

이처럼 친환경 인증 기준이 농관원과 민간 인증기관 간에 일관성 있게 지켜지지 않는 문제와 함께, 수질 문제를 관리해야 할 농어촌공사가 이에 소홀했던 점도 있다. 지씨는 “농어촌공사는 대호저수지에 대해 말로만 관리한다하면서, 부영양화 등 수질 악화가 발생할 시에도 이렇다 할 수질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씨는 이에 덧붙여 “여기(대호저수지)의 물은 대부분 인근 산업단지의 공업용수로 공급된다”고 했다. 실제로 저수지 인근엔 대산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는데, 농어촌공사는 이곳에 공업용수를 공급 중이다. 농업용 수질 관리 노력은 소홀하면서 공업용수 공급에만 더 치중하는 상황이다.

충남친환경농업인연합회 전양배 회장은 “우리나라는 농업용수가 식용수 기준이라 4급수까지 허용되는 상황이다. 서구 선진국들은 중금속이 나오지 않는 이상 탁도(濁度)가 심한 물이어도 농업용수로 허용한다. 물의 탁도가 심해도 논에 들어갔다 나오면 오히려 물이 정화돼서 나온다. 그래서 이에 맞게 친환경 인증제를 개선해야 된다고 농관원 측에 촉구 중”이라며, 친환경 농업의 확대가 오히려 더 수질 개선을 이루고 환경을 보호하는 방안임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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