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회의 말산업 전담 재검토해야

  • 입력 2016.10.28 17:03
  • 수정 2016.10.28 17:0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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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경북 영천시에선 세계 최초로 경주퇴역 승용마 안전성 및 능력평가대회가 열렸다. 보도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가 주최하고 마사회가 주관인 이 대회엔 109두가 참여해 이 중 50두가 우수마 인증을 받았다고 한다.

이 대회가 농식품부와 마사회가 말 사육농가 현장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반증으로 읽히는 건 심한 우려일까. 우리보다 승마 역사가 긴 선진국들은 왜 이런 신통한 대회를 안 열었던 건지 영문을 모를 일이다.

국산 제주한라마는 몽고마로 오랜 전통과 한 때 세계를 휩쓴 역사를 자랑하는 우수한 혈통의 말이다. 한 말 사육농가는 “우리 체형에 맞고 초보도 탈 수 있는 말이 제주마다”라며 “낙마위험이 적는 제주마로 유소년, 청소년들이 기본기를 닦아야 엘리트체육으로 파생되는데 우리는 기본기도 안 됐는데 큰 말을 선호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면서 “유럽에서 수입한 말들은 평지에 적합해 산악지대가 많은 우리 지형엔 맞지가 않다. 400~600㎏에 달하는 몸무게 때문에 발굽이 잘 갈라진다”고 덧붙였다.

경주마는 질주에 맞게 훈련돼 승용마로 전환하는 게 힘들다. 구태여 상식을 뒤집는 대회를 세계 최초로 연 이유는 경주마를 승용마로 전환하는 지금의 추세를 지속하겠다는 고집에서 나왔으리라 예상된다.

승용마 시장에 마사회가 퇴역한 경주마를 풀면 국산마는 설 자리를 잃는다. 말을 승용마로 키우려면 3년여의 시간이 필요하다. 1,000만원대는 받아야 생산비라도 맞추는데 이 경주마 때문에 제값을 못 받는다.

민간시장이 위축되는데 말산업이 제대로 성장할 리 만무하다. 대다수 민간승마장이 적자에 허덕이고 사람이 찾지를 않는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보내야 하는데 안전문제로 승마체험을 꺼린다는 게 현장의 전언이다. 보험회사도 낙마사고 위험 때문에 승마장과 계약하길 꺼린다고 한다.

김기천 경기말산업발전협의회장은 퇴역경주마를 자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승마장뿐 아니라 관련산업도 살 수 있다는 조언이다.

결국 관건은 마사회다. 마사회는 말산업 육성 전담기관이면서도 큰 틀의 말산업 발전보다 마사회 이익창출에만 집중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마사회는 방만한 경영과 온갖 의혹에 점철돼 승마 대중화를 이끌기엔 무리가 있다. 자칫 말산업의 이미지가 사행성 도박이나 귀족 스포츠로 못박힐 공산이 높다. 농식품부가 수립 중인 2차 말산업 육성 종합계획에선 마사회의 역할에 관한 총체적인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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