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전역 덮친 수발아 피해

쌀값 폭락, 태풍피해에 이은 삼중고 … “정부 전량 수매로 전격 격리해야”

  • 입력 2016.10.21 13:22
  • 수정 2016.10.23 15:46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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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지난 14일 벼 수발아 피해를 입은 전남 농민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즉각적 전량 수매를 촉구하고 나섰다. 수발아는 이삭에서 낟알이 싹트는 현상으로 미질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최근 발생한 태풍 피해에 수발아(이삭에서 낟알이 싹트는 현상) 피해까지 덮친 전남지역 농민들이 깊은 시름에 잠겼다. 쌀값은 쌀값대로 폭락하고, 수발아 현상까지 발생하며 지역농협이 수매를 거부하는 등 헐값에 벼를 넘겨야 할 처지에 놓여서다.

전남도청에 의하면 지난 14일 기준 전남지역 수발아 피해 면적은 3,786ha에 달한다. 고흥이 1,524ha로 피해가 가장 크고 함평 1,120ha, 순천 500ha, 영암 197ha, 영광 152ha 순이다. 농민들은 전남 전역에서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몇몇 피해가 알려진 곳만 조사가 이뤄졌다며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남도청이 밝힌 지역 이외에 강진과 구례 등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또한 함평군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함평 전체 벼 재배면적 7,950ha 중 3,500ha(44%)가 수발아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전농 전남도연맹과 (사)전국쌀샌산자협회 광주전남본부, 전여농 광주전남연합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수발아 벼 전량 정부 수매 △철저한 피해조사 △벼 재해 보험농가 피해 전액 보상 △정부수매량 100만톤 확대 등의 대책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부와 농협이 고품질 쌀이라고 권장한 종자를 선택해 계약재배하고 잘 가꾼 농민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라며 “재해로 인해 발생된 문제에 대해 피해 조사를 통해 대책을 세우고 지원 방도를 찾기는커녕 모든 책임을 농가에 전가하고 수매마저 거부하고 있으니, 농민들은 그저 억울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석하 전농 광주전남연맹 사무처장은 “예년엔 농협에 벼를 내면 1등급이 90% 이상이었는데 수발아 현상으로 지금은 3등급이 90% 이상”이라며 “지역농협RPC도 안 받으려 하고, 상인도 안 사려고 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농민들에게 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또한 “벼 재해보험도 보험기준이 까다롭고 현실성이 떨어져 피해보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또한 벼 재해보험 미가입 농가의 피해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나병권 함평군농민회장에 의하면 수발아는 농협의 벼 재해보험 적용 항목에 없었지만 농민들의 요구로 올해엔 예외적으로 적용했다. 하지만 필지별 보상율이 상이한데다 그 마저도 최고보상율이 30%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 벼 재해보험 가입시 자기부담이 2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결국 10% 이하가 실질적인 보상인 셈이다. 전남 농민들은 최소한 자기부담을 제외하고 보상율이 30%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미질에 문제가 생긴 수발아 벼를 농협이 수매해 판매한다면 전남쌀에 대한 위상도 추락할 수 있다. 함평에서 쌀농사를 짓는 박정재 농민은 “과일은 10개 중에 4개가 피해를 입었다면 이를 골라내면 되지만 쌀은 특성상 그럴 수 없다”며 정부의 격리 수매를 재차 강조했다.

농민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전남도에서도 지난 14일 농림축산식품부에 수발아 피해벼 전량 매입을 요청했다. 과거 정부는 2012년 태풍 ‘볼라벤’, ‘덴빈’의 영향으로 발생한 백수(벼 이삭이 하얗게 말라죽는 현상) 피해 벼에 대해 잠정등외로 매입한 사례가 있다. 전남 농민의 삼중고를 감안한 정부의 즉각적 대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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