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농협중앙회의 총체적 위기다. 내외부를 가릴 것 없이 농협이 위기에 처해있다는 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선 농협의 위기를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농협 금융지주의 조선해운업 부실대출 문제에 의원들의 융단폭격이 쏟아졌다. 올해 말까지 손실이 1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상여신으로 분류한 대우조선해양 채권 1조2,817억원이 부실화되면 손실은 2조1,825억원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농민들이 한 푼 두 푼 모은 쌈짓돈과 사업구조 개편에 정부에서 지원한 국민의 혈세가 허공 속에 사라지는 모양새다.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확인됐지만 낙하산 인사와 전문성 부족 등 금융지주 부실대출의 원인은 여럿일 수 있다. 하지만 그 근본적 원인이 혹시 지주체제 도입 때문은 아닌지 지금이라도 생각해볼 문제다. 농협중앙회가 그 이름이 무색하게 농업·농민·농촌 보다는 이윤창출을 쫓기만 한 건 아닌지 말이다.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은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에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이 맞는가”를 물었다. 김 회장은 “회원농협의 중앙회다, 협동조합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에 질의한 의원은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이 되려면 얼마나 걸릴 것인지”를 물었고 김 회장은 “농협중앙회가 협동조합의 성격을 갖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농협이 농협답게 협동조합의 정신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면서도 어렵다는 것을 역설적 질문으로 보여줬다.
내년 2월로 농협 사업구조 개편 완료 시점이 정해져있다고 제대로 된 진단도 없이 그대로 따라가다간 자칫 더 큰 위기와 맞닥뜨릴 수 있다. 게다가 농협에서 주로 홍보하듯 농협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연간 24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돌다리도 두드릴 필요가 있다. 낙하산 인사는 근절하면 되고 전문성은 키우면 된다. 하지만 한번 굳어진 지주체제를 바꾼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것이 농협 금융지주 부실대출이 남긴 교훈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