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미 대선과 한반도

  • 입력 2016.10.14 15:36
  • 수정 2016.10.14 15:43
  • 기자명 이해영 한신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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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한신대학교 교수

미국 대선이 가열되고 있다. ‘미국의 더 나은 미래’라는 주제로 열린 두 번째 TV토론은 후보자 본인과 그 가족이 얼마나 ‘더 나쁜 과거’를 갖고 있는 지를 폭로하는 선전장이었다. 미국인들이야 자신들의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니 관심이 우리와는 다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 캠페인은 그 추잡하기로만 따져 역대급이라 한다. 선거때만 되면 공정공명이니, 정책선거니 하는 말들이 마타도어 못지않게 난무하지만 우리는 이게 그저 해보는 입에 발린 소리란 걸 경험칙으로 안다.

하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는가에 따라 초강력 태풍급의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우리로서야 지켜보는 마음이 결코 편치가 않다. 더군다나 북한 핵실험 이후 한반도 정세가 그야말로 풍전등화 신세인지라 더욱 그렇다. 글로벌 평균으로 보자면 우리도 그저 약소국의 비애 운운하기엔 이젠 너무 크다. GDP나 수출액 따위 소위 거시경제지표란 게 행복지수와는 완전 무관하다손 치더라도, 우리 경제력의 수준은 선진국으로 봐도 무방하다. 워낙 강자들 틈바구니에 끼어 살아 그렇지 군사력 또한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각종의 문화적 컨텐츠 또한 어디가도 꿀리지 않을 수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외교는 그저 그런 열등국가의 3류를 벗어나질 못한다.

알다시피 트럼프의 외교노선 중에서 아시아정책이나 한반도정책은 여전히 모호하다. 주한미군감축이나 한-미FTA 비난 정도만 알려져 있지 어떤 정교한 틀이나 중장기 플랜이 나와 있지는 않다. 하지만 그 기조에 있어 트럼프의 외교관점은 전반적으로 브렉시트(Brexit)를 주도한 영국의 언더클래스(underclass)처럼, 세계화의 패자들로 구성된 미국의 백인 언더클래스의 정서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NAFTA, 한미FTA등의 일련의 자유무역협정과 또 최근의 TPP야말로 일자리 ‘킬러’이니 만큼 전면 폐기하거나 재협상하겠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안보이슈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군사동맹을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여기에는 당연히 한미동맹도 포함된다. 우리가 방위비 분담을 대규모로 증액하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도 검토하겠다는 식이다. 모든 것을 ‘미국 우선’의 관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말이다.

반면 클린턴의 외교정책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기존의 자유무역협정을 폐기하거나 하는 일은 없겠지만, 다분히 보호주의 색채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TPP 등 자유무역협정에 있어서도 미국에 불리한 부분은 무리를 해서라도 재협상할 것이다. 성주 골프장에 배치하겠다는 사드 등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곧 MD는 더 한층 강화될 게다. 특히 대북정책이 문제가 된다. 이른바 ‘이란모델’, 즉 강력한 압박을 통해 이란을 협상장에 끌어 낸 것처럼 북한을 레짐체인지 즉 정권교체까지 갈 정도로 최강도로 압박해서 핵포기를 끌어내겠다는 식의 접근이다. 이 과정에서 군사적 옵션도 배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클린턴이 대통령이 될 경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오히려 고조될 전망이다. 폭로된 클린턴의 이메일에서 말하듯 “오직 군사적 위협 또는 군사력의 사용만이 시리아의 독재자 아사드의 생각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시리아식 해법 말이다. 네오콘과 별로 다를 바 없는 매파적 사고를 하고 있는 클린턴이기에 이러한 시리아해법을 한반도에 적용할 경우 어떤 상황이 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보자면, 트럼프나 클린턴 양자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우리로서는 몹시 피곤한 상황이 조성될 것이다. 해서 차제에 한국 외교 또한 미국 대선이라는 열린 공간을 최대한 활용해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특히나 클린턴의 당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 가는 마당에, 이란모델이나 시리아식 해법이 북핵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될 수 없음을 주장하고 또 설득해야 한다. 그저 ‘김정은 나빠요’나 수십년 묵은 급변사태 시나리오를 낡은 녹음기마냥 되풀이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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