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산업 돌파구 풋귤정책, 초라한 성적표

터무니없이 낮은 수매가격
1만톤 목표에 173톤 수매

  • 입력 2016.09.30 13:26
  • 수정 2016.09.30 13:3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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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원희룡)에서 올해 새롭게 시도했던 풋귤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허울만을 남겼다. 농민들은 도청과 농협이 풋귤을 하나의 산업 차원에서 진정성 있게 다뤄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까지 제주의 독보적인 고소득 작목이었던 감귤은 수입과일의 공세와 제주 내 생산과잉으로 인해 지금은 만성적인 가격 진통을 겪고 있다. 풋귤정책은 숙과가 나오기 전인 8월 31일까지 풋귤 유통을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것으로서 제주도가 지난 6월 조례개정을 통해 처음으로 추진한 정책이다. 감귤의 시기별 출하량을 조절하고 농가소득 제고를 노린 절묘한 한 수로, 청이나 효소 제조 등 풋귤 소비시장 확보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시행 첫 해인 올해 성적표는 참담하다. 당초 제주도가 계획했던 수매량은 1만톤이지만 실수매량은 173톤. 목표치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직거래 등을 포함한 전체 유통량을 따져도 500~600톤에 지나지 않는다.

제주도가 올해 처음으로 풋귤 유통을 양성화했지만 비현실적인 수매가격과 준비 부족으로 인해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풋귤정책 실패의 원인은 단적으로 말해 비현실적인 수매가격에 있다. 올해 제주도가 책정한 풋귤 수매가격은 kg당 320원이다. 도청과 제주도개발공사, 농협 조합장 등이 참여한 감귤출하연합회에서 지난해 9~10월 가격을 기준으로 설정한 가격인데, 농가로선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는 수준이라 참여의사가 있었던 농민들이 모두 출하를 포기해버렸다. 농민들이 얘기하는 현실적인 수매가격은 kg당 최소 900원선이다.

이러다 보니 애당초 제주도가 풋귤유통에 의지가 없었다는 의혹도 거세다. 더욱이 수매업체의 설비에 맞추기 위해 풋귤 출하규격을 직경 49mm 이상으로 한정했는데, 8월 말 기준으로 49mm의 감귤은 숙과 출하기가 되면 너무 비대해 상품성이 없어진다. 풋귤정책으로 인한 출하조절의 의미가 없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만성적인 과잉상황에서 풋귤정책은 감귤농가에게 매우 절실한 정책이다. 단순한 출하분산에 그치는 게 아니라 크기 차이가 있기 때문에 8월 이전에 풋귤을 10만톤만 유통해도 숙과 출하기에 20만톤 가까운 감산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수확기마다 발을 동동 구르는 일손 문제도 어느정도 분산이 가능하다. 올해 일부 친환경 농가의 풋귤 직거래 유통 가격이 kg당 2,500~3,000원에 달했을 만큼 향후 전망도 나쁘지만은 않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의장 현호성)은 제주도의 풋귤정책 실패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풋귤은 단순히 출하 조절 수단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하나의 산업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풋귤 출하를 위한 목적재배와 적정가격 보장, 가공품 개발과 판로 확보를 위해 도청과 농협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하며, 풋귤은 숙과보다 농약잔류기간이 더 긴 만큼 친환경 한정 등 별도의 농약사용기준도 갖춰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다.

김윤천 전농 제주도연맹 감귤위원장은 “올해는 풋귤정책 시행 첫 해라 잘 안될 수도 있었다 하더라도, 이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전혀 없는 게 문제”라며 “제주 감귤산업에 있어 풋귤유통은 반드시 개선하고 정착시켜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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