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부검 고집 저의는?

국가폭력 은폐 의혹 파다 … 법원, 조건부 부검 영장 발부

  • 입력 2016.09.30 13:12
  • 수정 2016.09.30 13:43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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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검경은 백남기 농민이 운명하자마자 시신 부검을 고집했다. 경찰은 백남기 농민에 살인적인 물대포 살수를 가한 가해자이며 검찰은 사건을 10개월 동안 ‘조사’만 하면서 사실상 진상규명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때문에 검경의 부검 고집 목적은 국가폭력 은폐에 있다는 의혹이 파다하다.

지난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안치실에서 유가족대리인, 백남기 대책위 관계자, 검사가 모여 고 백남기 농민 김시를 시작하기 전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백남기 대책위는 지난달 25일 오전부터 검경의 부검 의도를 집중 비판했다. 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물대포가 아니라 발뺌하기 위해 사건의 본질을 은폐하거나 물타기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규탄했다.

이정일 백남기 농민 사건 변호인 단장은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의 직사살수행위에 쓰러진 건 기사내용과 동영상자료를 통해 모든 국민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라며 “사건 당일 서울대병원 집도의는 백남기 농민의 외상성 출혈은 물대포의 외부적 충격에 의해 발생한 것이란 의학적 의견을 여러 차례 가족들에게 피력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정진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는 “외상 발생 후 317일간 중환자실 입원 과정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다발성 장기부전 상태고, 외상부위는 수술적 치료 및 전신상태 악화로 변형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부검을 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의학적 소견을 발표했다.

검경은 다음날 서울중앙지법이 부검 영장을 기각했음에도 부검을 한사코 고집했다. 검경은 27일 새벽 다시 부검영장을 재청구하는 집요함을 보였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28일 밤 조건부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던 입장을 단 이틀 만에 번복한 셈이다. 단, 부검 과정에 유가족의 의견을 반영해야 하며 해당 조건이 총족되지 않는다면 영장을 집행할 수 없도록 단서를 붙인 것으로 전해졌다.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경찰의 진압책임을 물을 결정적 증거다. 경찰은 1991년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창수 열사의 시신을 탈취한 뒤 부검한 전력이 있다. 당시 경찰은 ‘단순추락사’로 사인을 발표한 뒤 시신을 화장해 그의 죽음은 의문사로 남았다.

경찰은 지난 2005년 경찰 공권력에 희생된 전용철, 홍덕표 농민의 사인에 대해서도 평소 앓던 지병 때문이라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해 1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두 농민의 사망원인이 경찰의 과잉진압 때문이라고 밝혀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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