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농업] 지역별 식량자급의 사각지대, 동북지역

  • 입력 2016.09.23 15:04
  • 수정 2016.09.23 15:25
  • 기자명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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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건국대 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함경북도와 양강도 일대에 대규모 홍수피해가 발생했다. 그러자 북측은 려명거리 건설사업을 중단하고 그 자원을 홍수피해 복구에 집중 투입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려명거리 건설사업은 북측이 고난의 행군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경제가 정상상태로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국책사업으로 시행하던 핵심 사업의 하나였다.

그런데 려명거리 건설사업과 홍수피해 복구사업을 병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려명거리 건설사업에 투입하던 자원을 홍수피해 복구사업으로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그만큼 홍수피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북측의 피해규모 발표나 국제기구의 방문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해방 이후 최대 피해이기 때문에 신속한 피해복구를 위해 려명거리 건설사업에 투입하던 장비와 자원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규 국책사업을 잠시 미루고 피해복구에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국책사업을 중단하고 피해복구에 자원을 투입한 것은 분명 이례적인 조치이다.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는 사상 최대 피해라는 요인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이번에 대규모 홍수피해를 입은 지역이 기본적인 의식주 측면에서 북측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이라는 사실을 추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남측의 양극화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북측에도 지역간 의식주 수준의 격차는 있다. 특히 식량사정에서 지역별로 격차가 있어 왔다. 식량사정에서 지역별 격차를 대표하는 비교가 북측의 서남 평야지대와 동북 산악지대이다. 한반도의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 특징은 북측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평야지대가 몰려 있고, 이번에 홍수피해를 당한 함경북도와 양강도 지역은 상대적으로 산악지대가 몰려 있다.

함경북도와 양강도로 대표되는 동북 산악지대는 경지면적 자체가 적고, 농지의 경사도가 심하고, 기후조건이 농사에 불리하기 때문에 예전부터 북측 내부에서도 식량사정이 가장 어려운 지역으로 알려져 왔다. 백두대간과 개마고원 그리고 두만강으로 둘러싸인 이 지역의 어려운 식량사정 때문에 국경을 넘어 중국으로 몰래 돈벌이를 가는 소위 ‘탈북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남측 언론에 자주 보도되는 장마당의 살인적인 생필품 가격은 대부분의 이 지역의 국경 부근에서 발생하는 지엽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북측은 주식인 쌀과 옥수수를 제외한 대부분의 식량과 농산물이 그 지역에서 생산된 것으로 그 지역의 소비를 충당하는 독특한 정책을 유지해 왔다. 즉, 지역단위 식량자급을 강조하는 정책기조가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던 것이다. 쌀과 옥수수는 국가가 관리하는 전국적인 분배체계가 갖추어져 있지만 그 외 식량과 농산물의 소비는 그 지역 내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충당해야 했다. 이 때문에 자연지리적 조건과 기후환경이 농사에 불리한 동북 산악지대의 식량사정은 북측의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최근 북측의 식량자급률이 92~93% 수준으로 향상되었지만 동북 산악지대는 상대적으로 식량자급 수준이 평균 보다 낮을 수밖에 없었다.

북측 당국도 이 지역의 어려운 생활수준 문제를 인식하고 이 지역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외부자본과 기술을 도입하고 지역 주민을 위한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국가가 지정한 경제특구 가운데 이 지역에 위치한 라진선봉경제특구가 가장 먼저 조성된 것도, 식량사정이 어려운 이 지역을 위해 양강도 대흥단을 대표적인 감자농사 주산지로 육성한 것도 이 지역을 배려하는 정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국책사업으로 이미 진행 중에 있던 평양의 려명거리 건설사업을 중단하고, 그 자원과 장비를 홍수피해 복구에 투입하기로 한 북측의 조치는 의식주를 비롯한 기본 생활수준에서 상대적으로 어려운 조건에 놓여 있던 동북 산악지대 주민에 대한 북측 당국의 배려이기도 한 것이다. 지역별 식량자급 정책의 사각지대라 할 수 있는 동북 산악지대 주민이 평소에도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사상 최대의 홍수피해로 더욱 큰 고통과 어려움을 겪게 되자 이미 진행 중인 국책사업을 중단하고 홍수피해 복구에 투입하는 과감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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