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명 전 경찰청장 "사람 다쳤다고 무조건 사과 적절치 않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서도 직사살수 누가 지시했나 명확히 못 밝혀
백 농민은 304일째 생명 위독 … “당시 50층까지 물기둥 솟는 수압”
살수경찰 최초 진술서 제출 놓고 여야 파행 겪기도

  • 입력 2016.09.13 01:05
  • 수정 2016.09.13 07:31
  • 기자명 김은경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지휘권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이 증인석에 착석하자 백남기 농민의 아내인 박경숙씨가 설움이 북받친 듯 눈물을 훔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지휘권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가 경찰폭력에 관한 책임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자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지휘권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백씨를 쳐다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백남기 농민의 장녀 백도라지씨가 경찰폭력에 관한 책임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자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지휘권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이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앞선 경찰청장들의 사과 사례를 거론하며 강신명 전 경찰청장의 사과 의향을 묻자 강 전 청장이 "사람 다쳤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답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민중총궐기 당시 살수차 운용을 맡았던 해당 경찰 관계자들이 가림막 뒤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백씨의 아내인 박경숙씨와 장녀 백도라지씨가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지휘권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과 함께 당시 살수 영상을 보고 있다. 한승호 기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서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 지휘권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 뒤에 백씨의 아내인 박경숙씨와 장녀 백도라지씨가 앉아 있다. 한승호 기자
[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후 304일째 의식불명상태인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청문회가 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열렸다. 이날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사건 발생 당시 경찰청 책임자급 간부들과 살수차 조작요원, 백남기농민의 가족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공방을 벌였다.

이날 야당의원들은 당시 민중총궐기 집회 살수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며 경찰이 규정을 어기고 백남기 농민에게 7차례나 직사로 물대포를 쐈다며 명백한 과잉진압이라고 수차례 지적했다.

반면 여당의원들은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보다 당시 집회가 불법·폭력시위였다는 것에 비중을 두며, 당시 경미한 부상을 당한 경찰들을 증인으로 불러 세우는 등 정부와 경찰 측의 입장을 줄곧 대변하는 모습으로 일관했다. 
 
홍철호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공권력이 사망할 시 일어날 일들에 대해 생각해보며 2분간 '무언'으로 발언하겠다"는 국가공권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뒤 아무런 말도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이어 “불법시위로 인해 부상경찰들도 많다”며, “불행하지만 (백남기 농민 사건도) 사고로 봐야 될 것 같다”고 밝히면서 이날 청문회의 취지를 무색시키는 입장을 드러냈다.

또 증인으로 참석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사건에 대해 “정당한 법집행과정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이 “결과적으로 진압과정에서 누군가가 사망이나 중태에 이르렀다면, 사과해야 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고 묻자, 강 전 경찰청장은 “원인과 법률적 책임을 명확하게 한 후에야 할 수 있다.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인간적 사과는 여러 번 했다. 사건 수사 중이기 때문에 사법기관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잘못된 게 있다고 한다면 법원 판결에 따라서 반드시 책임지겠다”고 대답했다.

이날 충남경찰청 소속 한진석·최윤석 경장 등은 가림막 안에서 증언했다. 당시 한 경장은 충남살수차 9호에 탑승해 살수 압력조절을, 최 경장은 살수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을 각각 담당했다.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직사살수 영상을 보여주자, 한 경장은 “오늘 (이 영상을)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 당시로 돌아갔다면 백 농민에게 쏠 수 있었겠냐?”라는 김 의원의 질문에 대해, 한 경장은 “당시 CCTV로 밖에 상황을 볼 수 없었다. 물줄기에 가려서 시야가 가려서 안 보였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이 “잘 보이지도 않고 거리측정도 안되고, 신체 구분도 안됐으며, 사람자체도 확인이 안됐다는 거냐?”고 따지자, 한 경장은 “그날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좌우로 (살수방향을) 움직이면서 쐈다. 한 명을 겨냥해서 쏘진 않았다. 야간이고 비도 내렸는데다, CCTV 영상이 사분할 영상으로 굉장히 작았다. 살수차 안에서는 (외부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다”고 대답했다. 

김 의원이 다시 ‘백남기 농민 머리를 조준 살수한 물대포 사진’을 보여주며 질의하는데도, “조준살수 한 것이 아니다”란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김 의원이 2차 직사 살수 동영상을 보여주며, “1차 살수 때 백 농민이 맞고 쓰러지자 1초도 안돼서 물줄기의 각도가 내려가며 쓰러진 백 농민을 향해 계속 물대포를 쐈다. 이래도 조준 안했다고 할 수 있나? 우연의 일치인가? 똑바로 얘기하라”고 언성을 높이자, 한 경장은 난처한 목소리로 “살수차 안에서는 (외부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최대한 좌우, 상하로 이동하면서 쐈다”며 실제 살수 상황과는 다른 모순된 대답을 반복했다.

당시 경찰 대응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박성중 새누리당 의원은 “당시 시위대 일부는 차벽에 밧줄을 묶어서 당기거나 쇠파이프, 각목, 망치, 철제사다리, 횃불 등으로 경찰버스를 파손하고 경찰을 폭행했다”고 주장했다.

소병훈 더민주당 의원은 “명백하게 국가폭력으로 인해 사경을 헤매는 국민에게 사과의 말 한마디 없고 진상규명도 없는 정부의 모습을 보며 시대를 거꾸로 올라가는 것 같은 독재정권의 어두운 모습을 느끼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장정숙 국민의당 의원은 경찰이 당시 살수를 위해서 엔진을 2800rpm 정도의 속도로 약 15bar 정도의 압력으로 백 농민 머리에 수초간 직사한 것과 관련 유체역학 전문가인 노현석 참고인에게 사람에게 어떤 위해를 가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노 참고인은 “유체 역학을 통한 물대포 위력 추정결과, 보통 상용디젤차 엔진 최고 rpm이 3000rpm인데, 최고로 밟아도 3,000이 안 나온다. 2800rpm은 밟을 만큼 밟았다고 보면 된다”고 주장했다.

또 “15bar라는 수치는 수직으로 물기둥을 쐈을 때, 50층 건물 꼭대기까지 물을 올릴 수 있는 수치로서, 당시 수치를 추정을 통해 검토해 본 바에 의하면 백 농민의 두부에 가해진 수직력이 약 241kgf정도가 예측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쿵푸 유단자가 펀치를 날리면 220kgf가 날아간 것과 같은 위력이라고 설명했다.

또 “백 농민은 (물대포가) 두부에 가격됐기 때문에 뒤로 돌아가게 된다. 그때 걸린 토크(torque, 돌림힘)가 360kgf/m정도 예측됐다. 현재 (시중에) 나오는 제일 큰 상용차 엔진 1만2,000CC를 돌릴 수 있는 토크가 265kgf/m인데, 그보다 더 큰 힘으로 백 농민이 딱딱한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쳤다고 보면 된다”고 말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에 앞서 참고인으로 참석한 백도라지 씨는 이날 백 농민의 현재 몸 상태에 대해 “대뇌 절반이상이 손상되고, 뇌뿌리도 손상돼 의식회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며, “체온 조절이나 혈압, 혈당, 대변 등 모든 것들에 대해 자체 조절이 불가능해 기구나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기적으로 심박수 조절하는 약을 맞고 있고, 혈액에서 균이 검출돼 중환자실내에서도 격리 입원중인 생명이 매우 위독하다고 전했다.

박남춘 더민주당 의원은 경찰이 법원에 제출한 살수차 CCTV영상 자료를 공개한 뒤 “백남기 농민을 조준한 살수차가 총 7차례 한결같이 다 직사 살수한 정황이 확인됐지만,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는 서울지방경찰청장의 지시를 받은 4기동단장의 살수명령을 받아 경고살수 1회, 곡사살수 3회, 직사 살수 2회 등 총 5회만 살수했다고 기재돼 있다”며 “이는 경찰의 과잉진압을 의도적으로 숨기기 위해 조작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는 경찰의 청문감사보고서 제출 여부를 놓고 여야 간 큰 입장차이로 30여 분간 파행을 겪기도 했다.

백재현 더민주당 의원은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경찰이 스스로 청문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청문감사보고서는 초기단계 조사이고, 최초 진술이 사실에 가깝다. 경찰이 자체 조사 내용조차 제출하지 않는 건 뭔가를 숨기고 있단 생각이 든다. 위원장이 경찰의 청문보고서를 받아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도 “한 경장을 포함한 증인들이 과실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데, 증언의 신빙성을 판단하기 위해 최초의 진술 조서를 제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은 “경찰청에서 보고서를 받았다 하더라도 수사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본인 입장을 들어보는 것만으로도 판단하는 데에 충분히 참고가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규문 서울지방경찰청 청문감사담당관은 “현재 최종 결과보고서가 작성된 것이 없다”며, “여러 가지 진술서나 확인서 부분에서 명확하게 검증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재 제출에 어려움이 있다”고 난처한 입장을 표했다.

이에 따라 이날 경찰의 당시 무선교신 내용이나 지휘체계에 대해서도 신윤균 당시 제4기동단장과 살수차 탑승한 한 경장, 최 경장의 증언이 각기 달라 명확한 진실을 가려낼 수는 없었다.
경찰 측 증인들의 엇갈린 증언과 오락가락하는 답변에 백재현 더민주당 의원은 “이래서 초기 진술서를 봐야 된다”며 다시 한 번 유재중 위원장에게 최초의 진술서를 경찰청으로부터 제출할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같은 당 진선미 의원은 “살수차 직사 살수에 관한 규정을 살펴보면 사람에게 직사 살수를 하게 될 경우엔 가슴 이하의 신체 부위를 조준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살수차 훈련연습시 가슴이하 부위를 겨냥한 살수훈련을 했냐?”고 최 경장에게 질문하자, 그는 다각도로 살수훈련연습을 했다는 등 모호하게 대답해 “가슴이하 부위를 겨냥한 훈련을 안했다는 거냐?”고 꼬집어 묻자 결국 “그렇다”고 시인했다.

표창원 의원은 이번 청문회의 부인할 수 없는 핵심사항 4가지로 △한 개인에게 직수, 직사 살수 △가슴 부위 아래가 아닌 머리 직접 겨냥 살수 △거리별 규칙에 어긋난 최대 rpm 살수 △쓰러진 후에도 반복‧추적‧직사 살수가 된 점이라고 지적했다.

표 의원은 또 “아무리 말로 부인해도 영상에서 확인된다”며, “이 4가지 사실에 대해 과연 한 경장, 최 경장의 독단적인, 개인적인 판단이었는지, 아니면 누군가의 무전지시를 그대로 따랐는지, 혹은 두 사람과 무전 지시자 사이의 합의 하에 이뤄진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며,  “그 내용은 두 사람에 대한 최초 감찰조사 진술조서에 분명히 담겨져 있을 것”이라고 하자, 두 증인도 이에 대해선 수긍했다.

이날 국민의당 장정숙 의원은 “강신명 전 청장의 집회시위자유에 대한 인식이 매우 위험하다. 국민들을 적군으로 생각하고 백남기 농민 가족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오늘 한, 최 경장은 지시 받은 대로 시위진압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는데, 경찰의 강경진압을 통해 살인자로 낙인찍힌 두 젊은 경찰에게 전 청장으로서 무슨 책임을 질 수 있나?”라고 구체적으로 묻자, 강 전 청장은 “모든 공무원은 자신의 모든 불법 행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못 박으면서도 “임무수행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만약 이후에 법적 책임을 지고 처벌을 받는다면, 불행한 두 청년 경찰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모든 청문회를 지켜본 백도라지 씨는 경찰 측 증인들에게 ‘진술거부권도 인권이다’라는 새누리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저희 아버지는 생명이 위중한 상태고 의식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다. 국가공권력에 의해서 생명권이 손상당했는데 책임자들이 그 책임을 벗어나보겠다고 인권이란 이름을 들며 경찰의 편을 들어주는 것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