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 나락값이 웬 말이냐”
조곡 20여 톤 아스팔트에 쏟아

전남농민들, 도청 앞서 나락값폭락 정부 규탄 투쟁선포 회견 
“박근혜 정부 무능, 무책임이 오늘날 쌀값폭락 원인”

  • 입력 2016.09.02 17:29
  • 수정 2016.09.02 18:00
  • 기자명 한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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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나락값폭락 박근혜 정부 규탄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 기자회견'에 앞서 쌀값폭락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쏟아 부은 나락을 한 농민이 살펴보고 있다.
전남농민들이 2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나락값폭락 박근혜 정부 규탄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 기자회견'에 앞서 쌀값폭락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나락이 담긴 톤백을 도청 앞 광장에 쏟아 붓고 있다.
전남농민들이 2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나락값폭락 박근혜 정부 규탄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 기자회견'에 앞서 쌀값폭락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나락이 담긴 톤백을 도청 앞 광장에 쏟아 붓고 있다.
전남농민들이 2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나락값폭락 박근혜 정부 규탄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 기자회견'에 앞서 쌀값폭락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나락이 담긴 톤백을 도청 앞 광장에 쏟아 붓고 있다.
전남농민들이 2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나락값폭락 박근혜 정부 규탄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쌀값 대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2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나락값폭락 박근혜 정부 규탄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김재욱 전농 광전연맹 의장이 정부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전남농민들이 2일 전남도청 앞에서 열린 '나락값폭락 박근혜 정부 규탄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쌀값 대책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남농민들이 2일 전남도청 앞에서 '나락값폭락 박근혜 정부 규탄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나락을 쏟았다. 아스팔트에. 1톤 트럭에 싣고 온 톤백 안엔 올해 수확한 조생종벼가 그득하게 담겨 있었다. 농민들은 톤백 양 귀퉁이에 줄을 묶고 잡아 당겨 톤백을 쓰러트렸다. 낫을 든 농민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톤백을 좌우로 갈랐다. 갈라진 틈으로 나락이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농민들은 제각각 나락을 한 움큼 쥐고는 “농사 잘 됐구먼. 나락 참 실허네” 한마디씩 거들고는 다시, 또 다른 톤백을 갈라 나락을 쏟아 부었다. 광주전남 각 지역에서 모인 200여 명의 농민들은 이날 약 20여 개의 톤백을 전남도청 앞 광장에 적재가 아닌 쏟아버리는 방식으로 그들의 울분을 드러냈다. 끝을 모르고 하락하는 수확기 쌀값에 절망적인 쌀농가의 현실, 답이 없는 그들의 위기감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곳곳에 야트막한 둔덕을 이룬 나락은 농민들이 처한 위기감의 반증이었다. 

쏟아 부은 나락 위엔 깃발들이 꽂혔다. 밥쌀수입 반대, 나락값 보장, 변동직불금 축소 반대, 국가수매제 실시 등 오랜 세월동안 농민들 가슴깊이 맺힌 한이 구호가 돼 깃발로 나부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소속 농민들은 쏟아낸 나락을 발밑에 두고 ‘나락값폭락 박근혜 정부 규탄 광주전남농민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석하 전농 광전연맹 사무처장은 “30년 전 나락값으로 폭락하는 이 암담한 현실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며 “이렇다 할 양곡정책도 없는 박근혜 정부의 무능, 무책임이 오늘날의 쌀값폭락 사태를 자초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최근 며칠간 지역을 둘러보고 왔다는 김재욱 전농 광전연맹 의장은 “강진에선 40kg 조곡에 39,000원이라고 하더니 해남에선 37,000원, 영암에선 35,000원 이야기까지 나왔다. 예년에 55,000원 하던 조곡이 2만원씩이나 하락하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참담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의장은 “최근 전남지역을 다녀간 농식품부 차관이 쌀값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대책을 세울 시기가 아니라 벌써 대책이 나와 시행됐어야 한다”며 “정부의 묵묵부답 속에 쌀농가의 시름만 깊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조벼 가격 폭락으로 본격적인 수확기 나락값이 얼마에 이를 지 감히 상상조차 어렵다”며 농민들의 절망감을 절절히 드러냈다.

연대발언에 나선 박행덕 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나락이 바닥에 쏟아지는 걸 보고 있다니 가슴이 미어지고 찢기는 심정”이라며 “쏟아진 나락을 한줌씩 쥐고 까맣게 타들어간 가슴을 삭히는 농민들의 애달픈 심정을 이 정부의 고위관료들은 과연 아는지 되묻고 싶다. 박근혜 정부는 과연 누굴 위한 정부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농민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쌀 수입 중단 선언, 대폭적인 정부 수매 계획 조기 발표, 재고미 종합대책 마련, 쌀 직불금 감축 정책 중단 등을 정부에 촉구하며 “오늘의 조벼 반납투쟁은 우리 쌀 농업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의 시작에 불과하다. 22일 전국농민대회, 11월 12일 민중총궐기를 통해 박근혜 정부의 농정 실패를 심판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더불어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의식으로 박근혜 대통령,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의 사진이 붙은 톤백을 도청 앞에 쓰러트렸다.

한편, 전농 광전연맹은 이날 회견에 앞서 도지사, 도의회 의장, 농협 조합장들에게 쌀값폭락 대책 마련을 위한 면담을 미리 요청했지만 제각각 개인 일정을 이유로 면담이 성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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