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쌀 넘치는데 … 풍년에 신곡까지 ‘대혼돈’
재고쌀 넘치는데 … 풍년에 신곡까지 ‘대혼돈’
  • 박경철 기자
  • 승인 2016.09.02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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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RPC 대표들의 하소연 “자살하기 직전” … “선제적 추가격리 아니면 답 없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충남 지역의 한 농협 미곡종합처리장 앞 공터에 조생종 벼를 가득 담은 트레일러가 수매를 기다리며 줄지어 서 있다. 구곡은 남아도는데 신곡이 넘치는 풍년인 까닭에 쌀값은 농민의 기대와는 어긋나게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먹구름이 낀 잔뜩 찌푸린 날씨가 추수철을 맞은 농민의 심경을 미리 예견하는 듯하다. 한승호 기자

“와봤자 할 말도 없어요. 저도 죽겠습니다. 자살하기 직전이라니까요. 얘기한다고 뭣이 해결 됩니까.”

한사코 취재를 거부한 전남의 한 지역농협미곡종합처리장(통합RPC) 대표가 남긴 하소연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전남지역 농협RPC 쌀 재고 문제는 전국에서도 가장 심각하다. 7월말 기준 8만8,000톤의 재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쌀값이 폭락하는 상황에서 조생종벼가 수확되며 신곡이 쏟아져 나오는데 재고쌀까지 넘쳐나는 상황. 게다가 농협 수매가를 둘러싸고 농민들의 항의까지 빗발치니 농협RPC 대표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그나마 상황이 덜 심하다는 충남지역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달 30일 찾은 충남 A농협RPC의 장장은 시종일관 좌불안석이었다. 쌀 팔러 안가고 사무실에서 놀고 있다는 조합원들의 호통이 당장이라도 날아들까봐서다. A농협RPC 장장은 “1,000톤의 재고가 있는 상황에서 신곡이 나오며 구곡에 대한 수요가 끊겼는데, 도매상들이 3만5,000원(40kg 조벼 기준)까지 떨어질 거라며 농협RPC가 섣불리 건드리면 죽는다고 경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의 추가격리가 없으면 쌀값 폭락의 낭떠러지로 가는 외나무다리를 건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A농협RPC의 과장은 “결국 피해가 고스란히 조합원과 농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과장은 “이 지역의 60%가 임차농인 상황에서 200만원 버는 공장노동자 수준도 안 된다. 농민도 이 나라의 백성인데 기초생활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 1kg 기준 1,000원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A농협RPC에선 조생종벼 수매를 못한다고 이미 조합원과 농민들에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물론 중만생종벼 계약재배 물량 6,000톤을 포함해 1만2,000톤을 수매하겠다고 약속한 상태에서다. 이 물량을 수매해도 보관시설이 8,000톤이라 나머지 4,000톤은 야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장장은 “덜컥 조생종벼를 수매했다간 중만생종벼 수매에도 차질을 빚게 된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지역 B농협RPC 상황도 마찬가지다. 1,000톤을 수매하면 1억원의 적자가 생기는 상황에서 최근 3~4년간 매해 10억원이 넘는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딱 수매량만큼 적자가 났다고 보면 된다는 게 B농협RPC 부장장의 설명이다. B농협RPC는 악순환의 연속이지만 조벼 40kg 기준 4만2,000원 수매를 확정하고 지난달 29일부터 수매에 나섰다. 농민들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어서다.

B농협RPC 부장장은 경기 등 다른 지역에서 적자를 감수하고 6만원 하던 것을 4만원에 던져버리는 투매현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B농협RPC 부장장도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시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생산량을 벗어났다는 점”이라며 시장격리를 강조했다. 이 부장장은 “시장격리를 한다면서 일부분만 떼어내니 시장에선 하락세가 유지될 수밖에 없다. 흔한 말로 대북지원을 하든지 넘쳐나는 양을 뚝 떼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의 선제적 추가격리가 해법이란 얘기다. 하지만 진퇴양난의 위기 속에서 정부에 기대를 거는 농협 RPC 대표는 없었다. A농협RPC 장장은 “다 포기했다”며 “정부에서도 해줄 생각도 없고. 암만 떠들어도 물대포 맞고 돌아가시기 직전의 농민에게도 미안하다 한 마디도 안하는 상황에서 희망이 없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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