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농협, ‘부정대출’ 은폐 의혹 파장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리 … 사태해결 약속한 현 조합장 의지가 열쇠

  • 입력 2016.08.05 11:18
  • 수정 2016.08.07 17:06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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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최승만 춘천농협 대의원과 조합원들이 춘천농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임태환 조합장에 투탑시티 부정대출 은폐행위 중단을 촉구했다. 앞서 최 대의원은 같은 자리에서 11일간 1인시위를 진행했다. 김명래 기자

‘부정대출’ 문제로 지난 8년간 홍역을 치러온 춘천농협에 은폐 의혹까지 제기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2008년 10월 당시 강원지역 최대규모 복합쇼핑몰인 투탑시티에 부도가 나며 춘천농협엔 32억원에 달하는 부정대출 논란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춘천농협은 2008년 6월부터 8월까지 투탑시티 건물주 박모씨와 그의 형인 시공사 (주)삼미종합건설 대표 박모씨에 총 4건, 31억8,200만원에 달하는 대출을 해줬다. 춘천농협은 투탑시티가 부도 이후 7년 만인 지난 2014년 12월 감정가 64억원에 경매로 팔리자 6억여원을 회수하며 26억원의 손실을 확정했다.

춘천농협에선 2인 이상 대출시 동일인일 경우 25억원 이상의 대출을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춘천농협은 대출 당시 박모씨 형제를 대출서류상 주거지가 다르고 맡고 있는 사업체가 달라 동일인이 아니라고 봤지만, 이들 형제는 (주)삼미종합건설의 대표이사와 이사를 맡고 있는 등 한 회사의 임직원으로 동일인임이 확인됐다. 부정대출 진상규명을 주도하고 있는 최승만 춘천농협 대의원은 이와 관련 “고의적으로 동일인 규정을 피하기 위한 시도가 이뤄진 것”이라며 “애초에 대출이 될 수 없는 건을 어거지로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중앙회도 곧바로 감사에 나섰지만 그 결과는 시원치 않았다. 대출 담당자와 결재자에 대한 징계를 결정하며 4억원만을 대출한도 위반으로 지적했다. 이는 박모씨가 대출을 받아 그의 형에게 곧바로 입금한 4억원을 두고 대출금 귀속 여부에 따른 동일인 규정 위반으로 본 것이다. 당시 조합원들 사이에서 강민구 조합장을 몸통으로 하는 커넥션이 있을 것이라는 풍문까지 떠돌며 대출 자체에 대한 의혹이 일던 상황에 비춰보면 빈약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최 대의원과 춘천농협 조합원 친목단체인 ‘조합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녹색회)’ 조합원들은 대출서류 공개 등을 요구하며 진상규명에 나섰지만 춘천농협은 경영상의 기밀을 근거로 거부했다. 최 대의원과 녹색회는 자비를 들여 지난 2014년 4월 대출 담당자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직접 고발하는 한편 3개월 뒤 조합원 302명의 동의를 얻어 진상규명을 위한 조합원총회를 요구했지만 강 조합장은 이를 거부했다. 당시 조합장이 총회를 거부한 상황에서 춘천농협이 증거가 될 자료를 조합원에 내줄리 만무했고,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무혐의 결론이 났다. 항소했지만 역시 무혐의로 결론났다.

뾰족한 해법이 없던 상황에서 지난해 3월 치러진 조합장 선출 선거는 중요한 국면이 됐다. 최 대의원에 의하면 강 조합장은 3선시 농협중앙회 이사가 될 수 있다며 선거운동에 나섰지만 결국 투탑시티 부정대출 사건 해결을 약속한 임태환 현 조합장이 녹색회 등의 지지속에 당선됐다.

임 조합장은 지난해 10월이 돼서야 대출서류를 조합원들에 건넸다. 두 달 뒤 11월 치러진 대의원총회에선 춘천농협의 이름으로 투탑시티 부정대출 사건을 고소하는 건이 대의원 찬반투표 속에 가결됐다. 당시 임 조합장은 고소건 가결에 이어 “부정대출 진상규명에 앞장서온 최 대의원이 춘천농협 차원의 고소에 함께해야 한다”는 대의원의 의견에 “알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최 대의원 등 조합원들 사이에선 이 총회 결과를 두고 임 조합장이 고소를 최 대의원에 위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임 조합장은 “고소 위임의 건은 가결된 적이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임 조합장은 투탑시티 부정대출 사건과 관련 지난 해 선거 당시 입장을 묻자 “당선이 되면 확인해보겠다고 했다”며 사태해결을 약속한 적이 없음을 시사했다. 게다가 임 조합장은 지난 1월 치러진 총회에서 사법기관의 무혐의 처리를 근거로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고소 건을 폐기했다. 최 대의원은 “임 조합장이 자료를 고의로 주지 않고,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를 알고도 이를 핑계로 총회 의결을 거부하며 부정대출의 은폐 행위를 하고 있다”며 “사태해결을 약속하지 않았다면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춘천농협엔 현재 부정대출과 관련 ‘부적격채무자에 대한 대출, 동일인당 한도 초과 회피를 위한 분할대출, 자금용도를 위반한 사고대출’이라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임 조합장 또한 지난해 11월 대의원총회에서 사고대출로 규정했다. 결국 사태해결의 열쇠는 증거불충분으로 인해 무혐의 처리된 부정대출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현 조합장의 의지라고 볼 수 있다. 8년이라는 시간을 끌어오며 공소시효 만료가 가까워져 오는 상황에서 춘천농협이 어떤 선택을 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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