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잡초 특성 알아야 유기농 잡초방제 보인다”

가묘상·피복식물로 잡초 억제 가능 … 궁극적 방법은 ‘무경운 재배’

  • 입력 2016.07.23 10:54
  • 수정 2016.07.23 11:09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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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 유기농업 잡초방제 돌파구를 찾아라②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농민들의 제일 큰 고충 중 하나는 바로 잡초 제거다. 농민들의 “풀 뽑다가 시간 다 간다”는 말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유기농업과는 유기농업 잡초관리를 위해서는 우선 ‘잡초성’ 혹은 ‘잡초끼’라 불리는 잡초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잡초의 주요 특성은 △땅 속에서 오래 생존할 수 있다는 것 △대부분 광발아성이라 햇빛을 받아야 한다는 것 △휴면성이 다양하고 복잡해 발아기간이 길다는 것 △종자 생산량이 많고 이동이 쉬우며 개화가 빠르다는 것 등이다.

유기농업과는 이러한 잡초의 특성을 고려한 몇 가지 잡초관리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흙은 잡초 종자 누적된 종자은행 … ‘가묘상’ 이용한 잡초관리

논과 밭은 그동안 수 십 년, 수 백 년 동안 자랐던 잡초의 종자가 누적된 종자은행(seed bank)이다. 그래서 풀은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온다. 그런데 한 작기에 발아하는 잡초 종자는 보통 표토에서 3~5cm 이내에 있는 종자들이다. 그러므로 표토에서 3cm 이내에 있는 종자들을 미리 발아시켜 제거해 주면 작기 중에 발아하는 잡초의 숫자를 현저하게 줄일 수 있다.

유기농업과는 이를 위해 작물 파종·정식 15~20일 전 경지를 정리해 잡초 발아를 유도한 다음, 끌개를 이용해 제거하거나 화염제초해 표층의 잡초종자를 줄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이랑을 만들어 잡초의 발아를 유도하는 것을 ‘가묘상’이라 한다.

유기농업과 관계자는 “가묘상을 이용해 가을배추밭 잡초를 관리했을 때 정식 60일까지 잡초가 65~97% 억제됐다”고 말했다.

피복식물로 햇빛 가려 잡초 억제

대부분의 잡초는 햇빛을 받아야 발아하는 광발아성이다. 때문에 휴작기인 겨울동안 자랄 수 있는 피복식물을 재배한 후, 이듬해 봄에 베어 흙 표면을 덮고 작물을 재배하면 잡초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표적인 겨울 피복식물은 헤어리베치와 호밀이다. 두 작물은 추위에 잘 견뎌 우리나라 전역에서 활용할 수 있다. 헤어리베치는 콩과식물로 피복에 의한 잡초억제와 함께 질소비료 고정효과도 있으며, 호밀은 잡초억제 효과가 탁월하다.

유기농업과에서는 고추밭에 얼치기완두·새완두 등의 자생식물을 이용해 이듬해 봄 예취 작업도 생략하는 ‘리빙멀칭(living mulching)’ 재배를 시도했는데, 생육 후기까지 잡초를 80%이상 억제하는 효과를 거뒀다.

농진청 유기농업과에서 시도하고 있는 새완두 리빙멀칭에 의한 고추밭 잡초관리. 농촌진흥청 제공

궁극적 유기 잡초관리 ‘무경운 재배’

유기농업과는 궁극적인 유기농 잡초관리 방법으로 논밭을 갈지 않는 ‘무경운 재배’를 제시하고 있다.

화학비료·농약·대형농기계 등 농업관련 업체의 이해에 맞춰진 고투입농업을 하던 미국, 브라질, 인도, 중국 등 주요 농업 국가에서도 최근 저투입 무경운 재배 기술이 급속하게 전파되고 있다.

유기농업과 관계자는 “넓은 면적에 콩, 옥수수, 면화 등을 재배하는 이들 나라에서는 어떤 풀이든지 죽이는 비선택성제초제를 이용한 무경운 재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소면적 다품목 농사인 우리나라에서는 초생관리에 의한 무경운 유기재배를 현실화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호밀 등 겨울 피복식물을 이용해 초생을 관리하면서 콩을 무경운 재배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무경운 재배가 유기농업에서 궁극적인 잡초관리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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