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 육우농가, 사료 피해 외면에 ‘답답’

T사, 안성대리점 폐쇄했을 뿐 사과 한 마디 없어

  • 입력 2016.07.17 11:17
  • 수정 2016.07.17 11:24
  • 기자명 배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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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사 사료를 먹고 있는 석교농장 육우들.


“어차피 이기지 못할 싸움이라고 다들 포기하라고 합니다. 제가 피해를 받았는데 왜 참고 있어야 합니까?” 지난 11일 안성 석교농장 대표 최경영씨를 만났다. 육우 1,000두를 사육하고 있는 최 대표는 올해 초 지인의 권유로 사료를 바꿨다가 약 2억원에 달하는 피해를 봤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대표는 지난 1~3월 기존에 쓰던 S사 사료 대신 T사의 사료를 소들에게 급여했다. 지난해 안성에 T사 대리점이 생기면서 자신의 농가와 사료 거래를 하던 지인이 T사 사료를 추천해 사료를 바꿨다. T사 사료는 S사 사료보다 조단백질 1%, 조지방 1%, 칼슘 0.3%, 인 0.3%, 조회분 2%가 높았고 가스화영양소총량은 1% 적었다.

그런데 T사 사료는 이상하게 S사의 사료보다 가루가 많이 생겼다. 당밀코팅도 외부에 돼있어 사료 자동급여기가 막혀 막대로 자동급여기를 두드리다가 급여기 일부가 파손되기도 했다. 게다가 하루 12kg 가량의 사료를 먹던 소들이 사료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4kg 정도만을 먹었다고 했다. 최대표는 “단백질, 지방, 칼슘 등 성분이 전에 쓰던 사료보다 더 높은 사료였는데 소들이 사료를 먹지 않으니 T사 사료를 먹인 기간만큼 비육을 더 해야했다”며 “원래 20~21개월이 되면 출하하는데 증체가 되지 않아 사료를 다시 S사 것으로 바꿔 3개월을 더 먹인 뒤에야 출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T사에 사료에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본사에서 지역과장과 본부장이 농장을 방문해 직접 T사 사료와 S사 사료를 먹는 모습을 비교했다. 본사 직원들은 소가 사료를 먹지 않는 모습을 직접 확인하고 동영상까지 찍고 최 대표 농가에 남아있던 사료를 회수해갔다. 사료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안성지역에서 T사 사료를 함께 먹이던 6군데의 이웃 농가들도 다시 기존에 먹이던 사료를 급여했다. 다만, 6개 농가는 육우 및 낙농 송아지를 사육하던 곳이어서 최 대표와 같은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사료를 수거해간 후 T사는 안성대리점을 폐쇄했다.

같은 기간 육우 송아지에게 T사 사료를 급여했던 이웃농가 주인은 “우리는 송아지에게 사료를 급여해서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면서도 “T사료를 먹이는 동안 최 대표네 소 몇 마리를 위탁했었는데 첫 달은 잘 크는 것 같더니 살이 잘 안오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보통 그 시기에 어깨가 벌어지고 등판이 서야하는데 그런 게 없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긴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소가 잘 크는 사료였다면 내가 사료를 왜 바꿨겠나. T사는 최고의 포뮬러로, 최고의 제품을 공급했는데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건 나밖에 없다면서 대응할 생각조차 안하고 있다”며 피해보상은 둘째치고서라도 사과 한 마디 없는 T사의 태도를 비판했다. T사 사료로 교체할 것을 권했던 지인은 “T사도 자꾸 피하면서 일을 키우지 말고 원만하게 합의하는 선에서 일이 잘 마무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역 국회의원들과 국민권익위원회에 고충을 전달하는 등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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