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농사지으라고 준 흙에서 건설폐기물 다량 발굴

소유 농지 3분의 1 이상 피해 … 흙 안 갈면 농사 불가 … 수십 톤을 치워도 끝없이 나오는 폐기물 … 관련부처 “폐기물 덩어리 치우면 원상회복”

  • 입력 2016.07.15 11:26
  • 수정 2016.07.15 12:25
  • 기자명 강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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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의 한 농지. 김숙자 씨(51)가 친환경 토마토 농사를 짓고자 했던 땅이다. 기자가 얼핏 봐도 농지 상태는 심각했다. 곳곳에 대리석이나 콘크리트 조각, 기타 여러 쓰레기들이 널려 있었다. 흙은 전혀 보드랍지 않고 완전히 굳은 상태이다. 그래서 배수도 안 되어 곳곳에 웅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웅덩이 위엔 모기 등 벌레들이 윙윙거린다.

어째서 이런 농토를 받게 되었을까. 김씨는 지난해 7월 5일 오송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본부청사 확장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남은 흙을 (주)강외중기로부터 받았다. 흙을 옮긴 행위자는 강외중기이고 흙의 배출자는 식약처란 것이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강외중기 측은 당시 해당 흙이 공사 현장 뒷산에서 캐 낸 정원수 조림용 흙이라 농업용으로 쓰기에도 적절하다고 했다. 당시 확인했던 흙의 표면적인 상태도 보드랍고 깨끗했다고 한다. 김씨는 강외중기와 1,000만 원으로 운송비계약을 맺고 옥산면 소로리 약 1,145평 땅에 1미터 가량 높이로 해당 흙을 쌓았다. 이는 김씨가 소유한 전체 토지 3,000평 중 3분의 1을 넘는 넓이였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지난해 8월 11일, 김씨가 흙 옮기기 작업이 끝난 현장을 보니, 다량의 건설폐기물들이 섞인 상태였다고 한다. 김씨가 이에 항의하니 강외중기 측은 25톤 덤프트럭 3대 분량의 폐기물을 수거해 가져갔다. 2달 후인 10월 29일, 다시금 5톤 정도의 폐기물이 발굴됐다. 폐콘크리트 약 2.5톤에 직경 10~40cm 폐흉관, 점토성 진흙, 석회성분 흙, 불용성 석고 등이 섞였다. 지금도 건설폐기물은 계속 발견되고 있다. 김씨의 남편 김영인(56) 씨는 “흙을 완전히 갈아엎고 새 흙을 받지 않으면 농사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하물며 토양의 질이 매우 중요한 친환경 토마토 농사라면 더더욱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의 김숙자 씨 농토에서 발견된 건설폐기물들. 그나마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수십 톤의 폐기물을 거둬가고도 또 나온 폐기물더미이다.
김씨 토지에 생긴 웅덩이. 흙 상태도 좋지 않아 배수가 안돼 농사가 불가능하다.

이에 김숙자 씨는 강외중기를 대상으로 흥덕구청과 청주시에 민원을 넣었다. 폐기물 투성이 흙을 갖다 준 데 대해 다른 보상은 됐고 흙만이라도 제대로 된 걸로 갈아달라는 내용이었다. 안 그러면 농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흥덕구청에선 “성토한 토사에서 발견된 폐기물은 토지주와 성토시행자 간의 계약에 따라 적의 처리하여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당사자들끼리 적당히 처리하란 뜻이다. 청주시청에선 김씨 부부와 강외중기 양측에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그 ‘원상회복’이란 김씨가 생각한 원상회복과는 달랐다. 흙에서 발견되어 꺼내놓은 폐기물 덩어리들만 치우라는 뜻일 뿐 완전히 새 흙으로 갈라는 뜻이 아니었다. 김씨는 청주시청 농업정책국 농지관리팀에도 연락해 문제 해결을 촉구했지만, 해당 부서에선 “민원인이 생각하시는 원상회복과 저희가 말씀 드리는 원상회복은 다르다. 우리 측(농지관리팀)에서 농지 성분 분석을 하는 게 불가능하다. 저희 소관이 아니다. 그 농지가 농사에 적합한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마침 취재 간 날 김씨는 청주시의회 하재성 부의장(더불어민주당)을 만났다. 하 부의장은 김씨의 상황 설명을 듣고 직접 현장을 방문해 10여 분 정도 농지를 둘러본 뒤 “확실히 농사가 불가능한 땅이다. 관계 부서들과 논의해서 해결책을 강구하겠다”며 현장을 떠났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6조는 「배출자는 건설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건설폐기물을 종류별,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처리방법별로 분리하여 배출하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처리방법이란 소각, 중화, 파쇄, 고형화(유해폐기물을 고형화물질에 섞어 안정시키는 방법) 또는 매립하는 걸 의미한다. 김씨는 운송업자들이 해당 법령을 위반했다며, “현재 청주지방법원에 소송을 걸었으며 충북도청 환경위생과에도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청주시청 농지관리팀 담당자는 “해당 건은 농지관리팀에서 직접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나, 이 건에 대해 청주시청의 타 부서 및 충북도청 환경위생과 등과 논의하여 해결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강외중기 측 대표는 “일부러 건설폐기물을 넣거나 방치한 게 아니다. 난 폐기물 처리업자가 아니라 장비임대사업자일 뿐이다. 당시 김영인 씨가 흙을 받기로 한 뒤, 비가 많이 와 흙탕물이 들어오는 과정에서 섞인 물질들을 건설폐기물로 오인하시는 듯하다. 문제 제기한 데 대해 돌을 고르는 작업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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