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식량위기 실감 못하는가

  • 입력 2008.03.09 23:02
  • 기자명 관리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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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 사설] 아직도 식량위기 실감 못하는가
세계적 식량위기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쌀을 비롯한 밀, 옥수수 등 주요 곡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달려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는 1970년대 식량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한 이후 3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현재의 식량 부족은 호주의 가뭄이나 중국의 돼지파동 등 국지적인 문제 뿐 아니라, 인구 대국인 중국과 인도 등의 식량 수요가 경제발전에 따라 급증하고, 세계적 바이오연료 개발붐으로 옥수수 등 식용작물 소비가 크게 늘어나는 등의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어떻든 이 여파로 국내에서도 최근 식료품비가 급등해 라면과 밀가루 등의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는가 하면, 해외곡물에 의존하는 배합사료가격이 올라 양축농가들이 축산업을 포기하는 등 사회적 불안감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세계적 식량위기 속에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 쌀을 제외하고 5%에 불과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각 나라가 연간 식량 소비량의 18∼19% 정도를 연말 재고량으로 확보토록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주요 곡물 재고율은 2007년 기준 쌀 13.7%, 밀 11.8%. 옥수수 5.3%, 콩 10.6% 등 FAO 권장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왜 이런 상황에까지 왔을까. 그동안 값싸고 질 좋은 외국 농산물을 수입하는 것이 국가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비교우위론자들의 주장에 밀린 탓이다. 그 결과 밀, 콩, 옥수수, 면화 등이 이 땅에서 사라졌고, 그나마 농민들이 목숨 걸고 투쟁으로 지킨 쌀만 어느 정도 자급하고 있다. 쌀마저도 의무수입물량(MMA)을 통해 들여오는 상황에서 과연 지킬 수 있을지는 지극히 의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의 농업관은 매우 위험하다. 지난 10년간 사라진 농지가 여의도 면적의 170배에 이르는데도 농지거래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한다. 거기다 당초 농지로 쓰겠다던 새만금 간척지는 한국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며 30%만을 농지로 쓰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뿐인가. 현 정부는 이 나라 농업 농촌 농민을 초토화시킬 것이 분명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몰론 농림수산식품부도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대책이라는 것이 사료구매자금 1조원 저리 지원, 유휴농지 사료작물 재배, 해외 농업투자, 수입선 다변화 등 미봉책에 불과하다. 도대체 식량위기에 대한 절박성을 아는지 모르겠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을 중심으로 한 농민단체들은 이미 이같은 사태를 예견하고 지난 2004년부터 농지보전과 식량수급 등 농정의 중장기 지표로 활용할 수 있는 식량자급률 목표치 법제화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부측에서는 논의만 무성했지 결론을 짓지 못하고 오늘에 이르고 있다.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이 이미 오는 2015년까지 식량자급률을 45%까지 끌어올리기로 하고, 현재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가 하면, EU 등 대부분 선진국들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로 식량을 100% 자급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가 않았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주요곡물의 자급목표를 설정하고 그 유지 의무를 법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당연히 식량위기 시대에 맞지 않게 된 한미FTA는 비준 거부하거나 재협상하여 농산물 수입개방을 미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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