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부진·재고증가 … 복분자의 한숨

정책이 부풀린 생산과잉, 판매는 나몰라라

  • 입력 2016.07.02 23:43
  • 수정 2016.07.02 23:48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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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수확기 끝물을 지나는 복분자 농가들이 판매부진과 재고증가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전북 지역 농민들은 과잉생산의 책임이 일부분 정책에도 있다고 판단, 정부 차원의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전북지역은 전국 복분자 생산의 약 70%를 담당한다. 최근 전북의 복분자 재고량은 올해 생산량인 378톤을 제외하고도 무려 931톤에 달한다. 2013년부터 내리 이어온 생산과잉으로 kg당 농협 수매가는 생산비 수준인 5,000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그나마도 전체 물량의 10%정도밖에 수매가 안 되고 있다. 나머지 물량은 농가가 나름의 판매경로를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농가마다 저온저장창고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러 있다.

▲ 전북 순창의 설금환씨(왼쪽)가 부친과 함께 복분자를 수확하고 있다. 설씨는 “허황된 클러스터 사업이 없었다면 지금같은 과잉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급과잉의 원인은 소비감소 측면도 있지만 2000년대 후반부터 고창군을 중심으로 이어 온 복분자 클러스터 사업 또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국가가 지원하는 클러스터 사업이 농가의 생산의욕을 한껏 고취시켰지만 최근 몇 년 수급을 감당하지 못한 채 오히려 40여개 가공공장 중 10개를 제외하곤 사실상 정상 가동이 안 되는 상태다.

순창군에서 복분자 농사를 짓는 설금환씨는 “차라리 클러스터 사업이 없었다면 어느 정도 적정 생산은 유지했을 것이다. 클러스터를 한답시고 복분자를 심도록 부추겨 놓고 이제 와서 판매는 나몰라라 한다면 국가가 농민을 상대로 사기를 친 것밖에 더 되나”라며 분개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전북도는 급히 도 차원의 재고 소진 대책을 내 놨다. 대량소비처인 ㈜보해양조가 이달 초까지 재고량 135톤을 수매토록 중개했고 유관기관 복분자 구매운동과 함께 지상파 방송 홍보마케팅도 진행하고 있다. 일부분 농가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클러스터 사업이 애초에 자생적인 판매·홍보체계를 갖추지 못한 점은 뼈아픈 아쉬움으로 남는다.

신우헌 전라북도복분자사업단장은 “재배가 집중돼서 과잉공급이 되는 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다뤄야 할 문제다. 정부가 해야 할 책무를 다하지 못해 공급과잉이 되고 판매가 힘들다면 정부 차원에서 농민들의 생계를 보장해 주는 것이 마땅하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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