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영체 유형별 맞춤형 정책, 알맹이가 없다

  • 입력 2016.06.24 15:55
  • 수정 2016.06.24 17:11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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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가 농업경영체 유형별로 맞춤형 정책을 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농식품부에 의하면 앞으로는 농민의 연령, 영농경력, 재배면적 등을 기준으로 전문농, 일반농, 창업농, 고령농 등으로 구분해 각 유형별로 맞춤형 정책을 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농식품부는 20년 만에 농업경영체 지원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농식품부가 발표한 추진계획을 꼼꼼히 살펴보면 정작 앞으로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다. 왜냐하면 농식품부가 밝힌 유형별 정책방향이나 정책수단들이 대부분 기존에 하고 있던 정책들이기 때문이다. 신규 창업농이나 귀농에 대해 새로운 정책이 일부 추가된 것도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의 정책들은 이미 하고 있는 것들이다.

굳이 새로운 것을 꼽으라면 ‘유형별 맞춤형 정책’이라는 표현 정도가 아닐까 한다. 기존에 하고 있던 정책들을 묶어서 유형별 맞춤형 정책이라는 포괄적 표현을 사용한 것이 그나마 이전과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농식품부도 이런 점을 의식했는지 유형별 맞춤형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앞으로 시범사업을 통해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정책의 알맹이를 제대로 갖추기도 전에 포장지만 바꿔서 마치 획기적 변화인 것처럼 자랑하는 방식에서 이제는 탈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자동차 회사의 판매 상술 가운데 업스케일링이라는 것이 있다. 기존 자동차 모델에서 부분적으로 몇 가지 성능만 바꿔서 마치 새로 개발된 신차인 것처럼 소비자를 현혹시킨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판매기법이다. 이번에 농식품부가 유형별 맞춤형 정책을 ‘20년 만의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홍보하는 것을 보면서 자동차 회사의 업스케일링 상술이 연상된다. 크게 바뀐 것은 별로 없는데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추켜세우는 것이 농민을 현혹시키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게다가 유형별 맞춤형 정책을 통해 ‘농업의 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고 양극화 등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도 지나치게 과도한 홍보성 표현으로 보인다. 농정의 알맹이가 이전과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 농업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지고, 농민의 양극화 문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농업과 농민 그리고 농촌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양극화 문제를 개선하는 것은 보편적인 가격정책, 소득정책, 복지정책 등을 실효성 있게 마련해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래야만 패러다임 전환이라고 하는 표현도 좀 더 피부에 와 닿지 않겠는가? 말로 하는 농정, 홍보에 치중하는 농정보다는 알맹이부터 제대로 챙기는 자세가 농정의 기본임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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