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매실에 독성이? 매실농가 죽이는 ‘독성발언’

1년 숙성하면 독성 성분 완전소멸
소량 섭취 시 오히려 인체에 유익

  • 입력 2016.06.19 10:36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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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맛칼럼니스트 황교익씨가 청매실에 독성이 있어 먹어선 안된다는 주장을 들고 나오자 수확을 앞둔 매실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그러나 청매실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건 명확한 근거가 없는 내용으로, 공인으로서 경솔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드세다.

황씨는 지난 9일 CBS 라디오방송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청매실에 들어있는 ‘아미그달린’이란 물질이 인체에 들어오면 독극물인 청산가리와 같은 작용을 한다고 주장했다. 매실주나 매실청에 청매실을 쓰는 것은 잘못된 문화며 잘 익어서 독성이 사라진 황매실을 써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황씨는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대표적인 식품분야 전문가다. 방송이 나간 이후 전국의 매실 농가들은 울분을 토했다. 남도 지역을 중심으로 수확이 한창인 가운데 10kg 기준 가격은 지난해 대비 5,000원가량이나 떨어졌다. 광양시청 매실원예과 관계자는 “시장에 내놔도 도무지 수요가 없고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방송 이후 매실농가의 고충이 말도 못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실농가는 억울하다. 매실이 익을수록 아미그달린 함량이 줄어드는 것은 맞지만 보관성 또한 현저히 떨어져 황매실 상태로는 유통이 매우 어렵다. 황씨의 주장대로 황매실을 유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당일 직거래 형태가 아니고선 상품이 무르고 썩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청매실에 있는 아미그달린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도 애매하다. 매실 가공식품의 숙성과정에서 아미그달린 함량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다수 존재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이를 강조한 바 있다. 2013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매실주와 매실청의 아미그달린 함량은 담근지 300일만에 각각 5분의1과 8분의1로 줄어들며, 1년이 경과하면 0이 된다.

아미그달린은 시안산과 벤즈알데히드로 분해되는데, 시안산은 독성이 있긴 해도 미량을 복용할 경우 호흡기 진정 작용을 하며, 벤즈알데히드는 강력한 정균작용을 하는 물질로 배탈이나 식중독 예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얼마나 복용했을 때 인체에 유해한지에 대한 연구가 없는 것은 아쉽지만 분명한 것은 아직까진 인체 유해성을 보이는 증거나 피해사례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오흥석 농협 매실생산자협의회장(지리산청학농협 조합장)은 “매실에 있다는 독성 성분이 치사량도 아니고, 역사상 매실을 먹고 탈이 난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자신의 인기를 등에 업은 이같은 자극성 발언은 매실농가더러 죽으란 소리고 그 자리를 수입과일로 더 채우자는 소리밖에 안된다”고 일갈했다.

논란이 일자 <김현정의 뉴스쇼> 측도 결국 지난 14일 ‘씨를 제거하거나 1년 이상 발효숙성하면 문제없다’는 내용을 방송하며 뒷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이미 지우기 힘든 낙인이 찍힌 건 아닌지 매실농가로선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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