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리면 잘 먹어야 빨리 나을까. 흔히들 감기에 걸려서 입맛이 없을 때 주위에서 억지로 밥을 먹이려 한다. 감기 걸린 사람도 왠지 안 먹으면 안 될 거 같아서 억지로 밥숟가락을 뜬다.
입맛이 없으면 굶는 것이 제일 좋다. 먹고 싶은 것이 있어도 적게 먹는다. 잘 먹어야 낫는다는 말은 틀린 말이다. 물론 감기에 입맛이 더 도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사람도 음식을 조심해야 더 빨리 낫는다.
감기약 때문에 속 버릴까봐 밥을 먹는다는 것도 잘못된 습관이다. 감기에 쓰는 한약은 대부분 밥을 먹지 않고 먹어도 괜찮다. 나는 감기약을 처방할 때 늘 식사와 상관없이 복용하라고 말한다. 만약 약을 먹고 속이 좋지 않다면 감기약이 잘 맞지 않거나, 평소에 체기나 염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감기를 앓는 동안 비위(脾胃) 기능은 평소보다 떨어진다. 그런데 억지로 밥을 먹으면 비위가 부담을 받아 잘 체한다. 체기가 생기면 감기는 더욱 오래간다. 한의학에서 “비위(脾胃)는 가래(痰)의 근원”이라고 했다. 물론 가래는 폐와 기관지에서 생긴다. 하지만 소화기능이 떨어지면 기침, 가래가 오래간다. 잘 낫지 않는 기침, 가래가 역류성 식도염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감기 때문에 입이 쓰고 입맛이 없을 때 한의학에서는 주로 소시호탕을 쓴다. 시호, 황금이 감기 때문에 생긴 열을 풀어주고, 인삼, 반하, 생강, 대추, 감초가 비위 기능을 회복시켜 준다.
억지로 밥을 먹어서 체기가 생기면 감기가 더 오래간다. 체기를 풀어주지 않으면 감기는 빨리 낫지 않는다. 감기가 아닌데도 체기 때문에 감기처럼 열이 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식적류상한(食積類傷寒)이라고 한다. 밥만 먹으면 증상이 더 심해진다거나, 열은 나는데 손발은 오히려 차갑다거나, 두통이 있는데 앞머리만 아프면 식적류상한일 가능성이 높다.
체기는 손을 따는 것만으로도 좋아지고, 한의원에서 하는 침구치료로도 좋아진다. 체기가 풀리지 않고 오래갈때는 평위산이나 불환금정기산과 같이 비위를 잘 통하게 하는 약을 써야 한다.
위에 예로 든 한약들은 체질에 따라 잘 맞지 않는 경우도 있다. 임의복약해서는 안되고, 한의사에게 처방받은 후 복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