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방위사업청은 약자만 괴롭히려는가

  • 입력 2016.05.29 08:3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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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도대체 방위사업청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함평 나비골농협은 방위사업청으로부터 2013년과 2014년 납품한 고춧가루 가운데 137톤의 품질에 하자가 있다는 공문을 받았다. 아울러 이에 대한 과태료 4,500만원을 부과받았다. 그런데 실제 내용은 나비골농협이 납품한 고춧가루의 품질 문제가 아니었다. 계약상 ‘농민’들이 생산하고 건조하기로 한 것을 ‘농협’이 건조한 것을 문제 삼았다. 엄밀히 말하면 건조 주체의 문제를 품질의 문제로 둔갑시킨 셈이다. 이 자체도 이해 할 수 없는 처사다.

밭농사 중에서 가장 힘이 드는 게 고추 농사다. 고추 수확은 기계로 할 수 없어 하나하나 손으로 따야 한다. 더구나 고추 수확철은 한참 더운 7~8월이라 그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농민들의 고충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농협에서 다양한 영농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가공공장을 지어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을 가공·판매하는 것이다. 이는 농협의 당연한 역할이며 아울러 농민들이 갈망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이에 견줘 방위사업청의 조치는 농협의 역할을 정면으로 부인하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의 논리대로라면 군납 김치는 배추농사를 짓는 농민들이 직접 담근 김치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과 같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군납 고춧가루를 농협에서 세척 건조하는 것은 군에서 문제시할 게 아니라 권장해야 할 사항이다. 농협은 고춧가루 가공공장을 통해 더욱 위생적이고 품질이 균일하고 우수한 고춧가루를 생산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농민들은 농사에만 전념하게 해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현장에서 추구하는 농협의 역할이다. 늦게나마 방위사업청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진화에 나섰다 하니 다행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가 함평뿐 아니라 영광과 안동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고 하니 방위사업청의 신속한 해결을 촉구한다.

이번 문제는 방산비리로 비난 받고 있는 방위사업청이 실적에 급급한 나머지 약자인 농민을 희생양으로 삼으려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러한 잘못된 판단과 조치로 농민들이 분통해 하고 있다는 것을 군은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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