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016년 5월 광주가 백남기다”

기억하지 않는 역사 되풀이 돼 … 책임자 처벌해야

  • 입력 2016.05.27 11:22
  • 수정 2016.05.29 14:03
  • 기자명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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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서울 혜화역 서울대병원앞 농성장, 그동안 시민들의 연대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지만, 사회적인 의제에서 백남기 문제는 묻혀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5·18 이후 전환점을 맞게 되는 분위기다. 5·18행사 이후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청문회 및 특검 실시를 당론으로 정하겠다고 각각 나선 것. 이에 대해 지난 21일 농성장에서 만난 손영준 카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은 5·18전야제 행사의 첫 멘트가 기폭제가 됐다며 희망의 뜻을 내비쳤다.

“2016년 5월 광주가 백남기다”
올해로 36주년을 맞은 2016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 전야제는 이 말과 함께 시작됐다. 지난 25일 이번 기념행사를 이끈 김영정 집행위원장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위원회 사무실에서 만났다. 김 위원장은 “원래 계획에는 없었지만, 그 말은 작심하고 말한 거다. 과거에 머물러 있는 5·18이 아니라 현실과 만났을 때 5·18의 의미가 재해석되기도 하고 가치가 빛날 것이란 고민에서 당대 가장 아픈 사람을 만나는 게 5월 정신이라고 봤다. 올해는 처음부터 백남기 농민 가족들을 모셔야 된다고 생각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 김영정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

또 “1980년 5월도 대한민국 군인의 공권력에 의한 것이고, 백남기 농민도 국가공권력의 피해자다. 그럼에도 그 공권력을 진두지휘했던 책임자나 사과는커녕 고발한 것에 대한 조사도 안하고 있다. 그 아픔을 겪는 가족들과 함께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히고, “가족들을 모시고 이 사태와 관련해서 새로운 계기를 마련했으면 좋겠다는 고민에서 보성에 계속 연락해 금남로에서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특히 야권 정치인들이 다 참여한 가운데 그는 즉흥적으로 백남기 농민의 딸의 인사말을 일정에 넣어 ‘이게 현장의 목소리고, 절박하구나’라는 걸 야당의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특히 올해 슬로건은 ‘오월 광주, 기억을 잇다 평화를 품다’였다. 이에 담긴 의미를 물었다,

그는 “‘기억을 잇다’는 역사를 왜곡하고, 자랑스러운 민주화운동을 지우려고 하는 자들에게 맞서는 의지의 표현이다. 백남기 농민 사태에 비춰 보면 지난해 11월 14일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그 현장을 기억하겠다는 것. 그게 바로 (광주의) 기억을 잇는 것이다”라고 강조하고, “또 ‘평화를 품다’는 한반도 평화뿐만 아니라 백남기 농민의 입장에서 보면 보성에서 농사 짓는 그 일상이 평화였다. 국가폭력으로 백남기 농민과 그의 가족, 그리고 농민들의 평화로운 일상이 빼앗겨 버린 것이다. 기억을 이음으로부터 그런 평화로운 일상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작년,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던 현장에 김 위원장도 있었다. 그는 “농민회에서 상여를 메고 들어오는데, 그 상여를 메신 분들에게 경찰이 일직선으로 물대포를 갈기더라. 그 다음에 백남기 농민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국가 공권력에 의해서 주도면밀하게 저질러진 만행이고 사태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무조건 물러나야 되는 이런 게 상식이어야 하는데, 왜 이게 이뤄지지 않을까.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친일파청산을 못했기 때문이다. 또 5·18주모자들을 5·18로 단죄하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망월동묘지에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쓰여 있듯 여실히 백남기 농민사태가 계속 보여주고 있다는 것.

그는 이번 사건의 문제해결에 대해서는 “시작은 청문회를 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청문회를 한다는 것은 공론의 장으로 이 사건을 다시 갖고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조사를 다시 시작하면 경찰청장도 부를 것이고, 시위, 진압상황이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라며, “누가 보더라도 벼랑 앞에서 그냥 한 노인이 서 있는 거다. 뭘 들고 있기를 했나. 누가 보더라도 표적으로, 작심하고 쏜 게 명명백백한 것이다. 1980년 5·18과 똑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 지난 17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오월 광주, 기억을 잇다 평화를 품다'를 주제로 제36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 전야제가 열리고 있다. 한승호 기자

이어 “‘2016년 5월 광주가 백남기다’라고 했던 것은 1980년 5·18을 겪고나서 전두환 신군부가 특별법이 만들어지면서 단죄를 받았지만, 실은 5·18로 단죄 받은 것은 아니다. 12·12쿠테타와 한보비리가 터지면서 단죄받은 거다. 5·18로 단죄받으려면 발포책임자도 찾아야 하고, 진상규명도 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 지금도 총 쏜 사람은 없는데 총은 쐈다는 것이다”라며 현재 경찰의 물대포 조준발사와 그 행태가 일치한다고 강조했다.

올 2월 도보 순례단에 함께한 그는 “그때 백남기 대책위에서 큰 힘을 얻으셨다고 했다. 광주전남은 경찰들이 와서 에스코트해주고 교통통제도 다 해주는데 윗동네로 가면 갈수록…. 광주전남에서는 5·18을 겪으며 시민들 스스로가 부당한 공권력에 맞선 경험이 있어 이런 시위나 집회가 자연스럽다. 이게 시민의식 속에 남아 있다”고 전하며, “기본적으로 중앙정부나 국가 공권력에 대한 비판의식이 있고, 경찰들도 당연히 집회 신고가 난 것에 대해 모든 편의를 다 봐줘야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 5·18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우리 현대사가 압축돼 있기도 하고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될 방향이 다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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