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김은경 기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원장 이재욱, 농관원)은 최근 친환경 민간인증기관 64곳과 인증 농가를 대상으로 인증기준 및 인증절차 준수 여부 등에 대한 정기조사를 실시한 결과 친환경인증취소 행정처분을 받게 될 농가들이 474농가에 달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번 조사는 민간인증기관의 △인증기준 부적합 농가 인증 △인증절차 생략 △자재업체(컨설팅) 커넥션 등을 확인하는데 중점을 두고, 16개 전담조사반이 전국 64개 민간인증기관을 조사했다. 또한, 이앙·파종기에 제초제 등 농약 사용과 인증농가의 영농일지 미 기록 등 인증기준 위반 사항을 중심으로 농관원 소속 118개 전담 특별조사반을 편성하여 무작위·불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농일지 미기록·미보관 414농가, 제초제 등 농약사용 60농가 등 총 474농가가 적발돼 행정처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농약사용에 대해서는 수긍하는 분위기지만, 영농일지 미기록‧미보관 농가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에 대해 농관원 인증관리팀 김수진 사무관은 지난 1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친환경인증에 있어서 영농일지는 주민등록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당연히 기록해야 하는 것이 원칙인데, 기록이 안 되어 있으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기록을 일부 누락했다고해서 인증취소를 받은 농가는 없고, 아예 기록하지 않은 농가들에 대해서만 적발한 것”이라며, “영농일지를 작성해야만 친환경농산물 생산작업과정에 대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영농일지를 상당히 중요하게 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들 농가를 행정처분 해야 하는 인증기관의 목소리는 다르다. 최근 한국친환경인증기관협회는 농관원에 공식질의서를 보내 “조사자들이 친환경농어업법에 명시되어 있는 ‘경영관련 자료’가 아닌 단순 ‘영농일지’로만 인식하고 조사에 임하고 있는 점에 대해 인증 농가 및 인증기관대표들의 불만이 많다”고 지적하고 “조사 당시 조사자의 주관적 견해 및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 등 형평성 논란이 있다”고 문제를 제기한 상태다.
또 “경영관련 자료의 기록과 관련된 기준 중 미기록 기간에 대해 법률상 어떠한 기준이 없다”며, “관리감독기관으로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해 인증기관마다 일관성 있는 업무처리가 될 수 있도록 답변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따라 민간인증기관들도 해당농가에 대한 행정처분을 보류한 상태다. 전남 광주시의 한 민간인증기관의 관계자는 “농관원에서 이번에 조사한 내용들만으로 영농일지가 미기록 돼 있는 농가에 대해 인증취소를 하라고 통보했지만, 법률적으로 영농일지 미기록 기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아직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았다”고 밝히고 “다른 매체에서 보도된 바와는 달리 대부분의 민간인증기관에서는 추이를 지켜보며 농관원의 답변이 나오기 전까지 처분을 보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대로 행정처분이 이루어질 시에는 해당농가들의 민원과 원성을 고스란히 인증기관에서 떠안아야 된다”고 난색을 표하며 “농관원은 관리감독기관으로서의 권한만 앞세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서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사무총장도 “꼭 영농일지여부로 판단할 게 아니라, 영농일지가 없더라도 농가현실에 맞게 경영관련 자료들로 간편하게 대체할 수 있는 방법들도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