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시장 대기업 진출 ‘사실상 허용’, 계열화 문 열리나

계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에 생산자단체 의견 배제
같은 계란이 포장용기만 달라진 채 브랜드란으로 판매되기도

  • 입력 2016.05.01 15:0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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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계란 산지가격은 하락세인데 소비자가격은 큰 변화가 없는 현상이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다. 계란도매업(식용란수집판매업)에 진입한 대기업들의 과한 유통마진이 원인이지만 이를 제지할 수 있는 뚜렷한 방안은 없는 상태다. 결국 산란계도 육계처럼 대기업 수직계열화를 피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동반성장위원회는 계란도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그 결과, CJ제일제당, 풀무원, 오뚜기 3개사는 올해부터 2018년까지 비등급란 취급을 중지(동물복지계란 제외)하고 등급란만 취급하는 사업축소 및 진입자제 권고 대상이 됐다. 하림, 삼립식품, 대상FNF 등 3사는 권고대상에서 제외돼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을 신청한 한국계란유통협회와 추가협의를 해야 한다.
 
계란유통협회에 따르면 현재 계란도매업에는 대기업 6개사와 중소기업 약 2,500여개사가 진출해 있다. 계란농가와 집하장에서 생산된 계란은 이들 업체를 거쳐 각 소매단계로 판매되고 있다.
 
이들 업체 중 조인은 종계부터 계란생산, 포장, 가공, 유통까지 이미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상태다. 그러나 아직 자체브랜드로는 시장 진출이 어려운 형편으로 OEM방식으로 대기업 브랜드란에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강종성 계란유통협회장은 지난달 22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대기업의 계란도매업 진출에 맞서 싸워 등급란만 하도록 제한하고 신규진입은 할 수 없게 했다”라며 성과를 내세웠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의 사업권고 축소는 ‘권고’이지 구속력은 없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오히려 대기업의 계란도매업 진출에 명분과 구실을 허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현재 브랜드란과 대형 유통업체 PB란의 시장점유율은 30% 정도로 매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브랜드란 업계가 일반계란은 환경이 열악한 농가에서 공급해 품질관리가 미흡하다며 소비자들에게 불신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작 브랜드란의 생산관리, 성분 및 효능에 대한 증빙은 없이 브랜드란이 일반계란보다 2배 이상 비싼 가격차가 나는 상황이다. 한 농장에서 생산한 같은 계란이 거래처에 따라 브랜드란과 일반란으로 나뉘어 포장용기만 달라진 채 판매되기도 한다. 이에 김인배 한국양계농협 조합장은 같은 토론회 자리에서 “축산농민이 피땀으로 만든 1차산업인데 현실은 어떤가. 대기업들이 고가의 계란을 팔면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상목 대한양계협회 차장은 “브랜드란은 애초 등급란만 받았다. 생산자단체를 빼고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된 게 잘못이다”라며 “공급과잉 상태에서 산지가는 계속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브랜드란은 같은 농장에서 생산됐는데도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하림은 육계 계열화를 하는 업체라 계란시장 진출이 더 우려된다. 농가와 거래하다보면 도산하는 곳이 생길테고 이를 하림이 인수하면 점진적으로 (수직계열화를)진행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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