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업체 계약농가, 불안해도 갈 데가 없다

들쭉날쭉 대금정산에 부도 걱정까지

  • 입력 2016.04.30 10:18
  • 수정 2016.04.30 10:20
  • 기자명 권순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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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가금 계열화가 보편화되고 농가 개인출하가 어렵다보니 대기업 외에도 수많은 중소기업들이 계열화 사업에 진출해 있다. 이들 중소기업과 계약한 농가들은 대기업들의 ‘갑질’ 행태로부터는 비교적 자유롭지만 경영 안정성의 측면에서 나름의 고충을 떠안고 있다.

지난 2014년 11월 경기북부의 중소육계계열화업체 청정계가 부도를 맞았다. 하루아침에 계약처를 잃어버린 지역 육계농가들에게 일대 혼란이 덮쳤고, 농가 피해금액 36억원은 아직도 전혀 회수되지 못하고 있다.

매 파스 사육수수료는 밀리기 일쑤고 그나마 어음 발행이 잦아 농가가 어음깡에 골치를 썩여야 했던 청정계였다. 그럼에도 농가가 청정계를 떠나지 못한 것은 “그래도 대기업보단 낫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중소업체는 대기업에 비해 ‘농가 관리’에 좀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업체와 농가의 관계는 보다 수평적·쌍방적이고 사육수수료 또한 후한 편이다. 청정계 부도 후 농가들이 뿔뿔이 흩어져 새로운 업체들과 계약을 맺었지만, 대기업과 계약했던 농가들이 갑질을 못 견뎌 다시 중소업체로 돌아오려 한다는 소문이다.

문제는 안정성이다. 밀리는 사육수수료는 둘째치고 경기가 안좋을 땐 농가가 회사 부도를 우려해야 한다. 회사가 부도나면 당장 새로운 계약처를 구하는 것도 문제지만 밀려있던 사육비는 공중으로 사라지게 된다.

▲ 중소업체 계약농가들도 대기업과는 다른 나름의 고충을 떠안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4년 부도를 맞은 ‘청정계’ 도계장에서 ‘명교’의 닭이 대기 중인 모습.

경기도 양주의 정광국(68)씨는 청정계 부도 후 또다시 중소업체인 ‘명교’와 계약을 맺었다. 명교는 청정계 임원들이 청정계 소속 10여 농가를 수습해 차린 지극히 작은 계열화업체다. 사정은 뻔하다.

“두 파스치 수수료는 늘 밀려 있어요. 1년에 4개월 정도는 소득이 없다는 말인데,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아니까 달라고 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죠. 부도나면 또 다 날아가는걸요.”

3만수 규모에 두 파스치 사육수수료면 2,500만원이다. 대금을 못 받는 동안에도 왕겨값, 기름값은 속절없이 나가야 한다. 회사에 연거푸 죽는 소리를 하면 전기세 100만원가량을 지급하는 식이다.

닭고기 값이 폭락한 지금 중소업체와 그 계열농가들은 또 다시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대기업끼리 싸우는 통에 중소업체들이 죽어난다’, ‘대기업들이 중소업체들을 의도적으로 찍어누르려 한다’는 비판 또한 농가 사이에선 보편적이다.

“빚을 내서 시설을 짓고 육계를 시작했더니 청정계에선 어음만 받다 끝나버리고, 어떻게든 살아 보려 계속하는데 돈(부도 피해액) 만회할 길이 하나도 없어요” 정광국씨의 푸념에서 중소업체 계약농가들의 고충이 여실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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