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의 위탁사업 강행, 속내는 수익이다”

[인터뷰]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

  • 입력 2016.04.29 15:34
  • 수정 2016.04.29 15:4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한우농가가 ‘농축협의 위탁사육’에 제동을 걸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육계산업이 계열화로 변질되면서 육계농가들이 겪은 불이익이 한우산업으로 번지는 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는 입장 속에 연일 강행군이다. 그 첫 성과가 지난달 22일 전북 진안 무진장축협과의 협상타결. 전국 농가들의 지지와 격려에 힘입어 중소농의 자립기반 마련과 대기업 축산진출 저지에 더욱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 김홍길 한우협회장
지난달 22일 전북 진안 무진장축협 ‘한우 위탁사육’ 문제가 타결됐다. 축협이 위탁사육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또 이로 인해 한우산업에 어떤 영향을 가져왔나.

농축협이 위탁사육을 시작하게 된 것은 브랜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부터이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 농축협들이 한우브랜드 사업에 뛰어들면서 안정적인 물량을 출하한다는 명목 하에 위탁사육을 시작하게 됐다. 한우 가격변동에 따라 출하물량이 쏠리는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였으나 협동조합의 수익사업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이제 한우농가가 대규모 사육을 하는 농축협과 경쟁해야 하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당장 출하예약제만 봐도 무진장축협의 위탁·생축장 출하물량이 대부분 농협공판장에서 처리되면서 상대적으로 소농인 한우농가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축협은 규모화도 수월하고 농가보다 싼 사료를 이용하는 등 한우농가의 생산비와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 결국 농민조합원을 위해 존재하는 농축협이 농가소득원을 잠식하는 위협적 존재가 돼 버렸다.

위탁사육은 ‘수직계열화’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수탈과 마찬가지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을 비판하고 있나.

양계, 양돈산업을 보면 수직계열화의 폐해가 극명하다. 이제 육계농가는 계열화에 참여하지 않고는 독자적인 출하 자체가 어려워졌다. 단순히 농민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구조를 뒤바꾼 것이다.

또한 농축협의 위탁사육 형식이 수수료, 사육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 등 육계 계열화 형식과 유사하다. 대기업 진출을 막아낼 명분도 줄어든다는 뜻이다. 한우산업에 대기업이 진출한다면 고령화 비율이 높아 농가기반은 급속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한우협회는 ‘예탁사업’을 농가자립의 중간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한우 소유 주체가 ‘위탁’은 농축협이고 ‘예탁’은 농가다. 예탁사업은 여신능력이 부족하더라도 생축을 담보로 사육 여건을 구축할 수 있고, 조금씩 예탁사육 비율을 높여 위탁농가 역시 자산을 갖게 되어 실질적 한우농가로서의 자립 사육기반을 갖게 된다. 결국 물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방법을 주라는 뜻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4월부터 올해까지 기간 중에 20개월을 키운 한우의 순수익을 단순비교하면, 위탁은 40만원 자가 사육은 200만원이다. 진정으로 농가를 위한다면 어떤 방식이 바람직한가.

축협이 운영하고 있는 생축장 사업도 논란이 일고 있다. 번식사업 보다는 비육우 사업에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어떻게 유지·발전돼야 하나.

생축장은 번식사업을 목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으며 시작됐다. 원래 취지대로 한우농가들에게 우량 송아지를 공급하는 방향이어야만 한다.

농축협 본연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데.

협동조합은 경제적 약자가 서로 협력해 형성된 조직이며 운동체다. 농가가 잘 살도록 돕는 게 그 본연의 역할인데, 무진장축협이 위탁사육 확대에 골몰하는 한편으로 진안의 한우농가는 500에서 300농가로 줄었다. 200농가가 떠나는 동안 무진장축협이 한 일은 무엇인가. 반성부터 해야 한다. 농축협은 생산자들과 한식구인데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농협이 ‘농민 우선’이라는 본분에 충실하고 자본을 무기로 농가 소득원을 뺏지 않도록 철저히 지도·감독해야 한다. 각종 자금 지원 등에서 우위에 있는 농축협에 반해 소규모 한우농가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아야 한우산업 기반도 튼튼해진다. 아울러 농축협의 위탁사육에 분명한 원칙을 세워달라.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