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일하는 민중이 사람답게 사는 민주주의’, 우리 시대의 시대정신

  • 입력 2016.04.29 11:44
  • 수정 2016.04.29 11:46
  • 기자명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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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헌중 지역재단 상임이사

시대정신은 어떤 시대의 사회 일반에 널리 퍼져 그 시대를 지배하고 특징짓는 정신을 말한다. 오늘 우리 시대의 정신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와 성장 위주, 경쟁력 제일주의와 승자독식 패러다임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정신이며, 지금 시대정신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에 있다. 

세계 1위 국민행복국가 덴마크를 일군 협동사회경제의 아버지 그룬트비는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이 적고, 충분히 갖지 못한 사람이 더 적을 때 사회는 풍요로워진다”고 했다. 풍요로운 사회의 척도는 얼마나 평등하고 얼마나 공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논어에서 얘기한 “환불균 불환빈(患不均 不患貧)”도 마찬가지다. 무릇 나라살림을 책임진 이들은 ‘백성은 가난을 걱정하지 않지만 불평등에 분노한다’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불평등을 해소하고 좀 더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는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강조하여 화제가 되었다. 조너선 오스트리 IMF 조사국 부국장이 지난달 14일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장기 저성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고 임금을 올려 소비를 진작시켜야 한다. 불평등 확대와 취약한 경제성장은 동전의 양면이다. 지속가능하고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 소득 불평등 해소에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것”을 권고한다. 

오늘 우리나라의 시대정신이야말로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라고 하겠다. 이번 4.13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이 이를 말해준다. 승자독식과 재벌 대기업 위주 나라살림 운영의 결과 국민 빚(가계부채)이 1,200조를 넘어섰지만 재벌들이 현찰로 쥐고 있는 게 710조나 될 정도다. 한 쪽에서 너무 가져 넘쳐나는 곳간을 주체하지 못할 때 다른 한 쪽에서 빚더미에 고통 받는 절망적인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분노의 민심이 드러났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소수의 권력독점을 타파하고 좀 더 분권적이고 자치적인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 농민·노동자 등 직능대표, 소외계층 등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는 진정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실시 등 정치민주화가 필요하다. 또한, 무엇보다 소수의 경제독점을 극복하는 경제민주화를 이뤄내고 전면적인 사회민주화의 실현을 통한 '더 많은 민주주의‘, ‘일하는 민중이 사람답게 사는 민주주의’가 절실하다. 

이번 4.13 국회의원 선거에서 나타난 시대정신은 바로 ‘일하는 민중이 사람답게 사는 민주주의’로 집약된다.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이 적고 충분히 갖지 못한 사람이 더 적은 풍요로운 사회의 실현’이라는 시대정신을 요구하며, ‘좀 더 평등하고 공생하는 나라의 실현’이라는 시대정신을 갈망한다. 

어김없이 봄이 오듯 내년에 다시 대통령 선거가 있고, 그 다음해 또다시 지방선거가 있다. 일하는 민중의 분노와 갈망은 당연히 적극적인 투표권 행사로 나타나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필요조건일 뿐이다. 주권을 위임받은 선출직들이 다시 ‘기득권을 보전 강화하기 위한 대의 민주주의의 사익화(私益化)’에 골몰하지 못하도록 적극 행동에 나서야 한다. 민중의 자기통치운동, 일상적인 직접행동을 생산 각 현장에서, 생활 각 방면에서 좀 더 기획하고 조직하고 실천할 때다. 이러한 자기통치운동, 직접행동 민주주의야말로 우리 시대의 근본적인 시대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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