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 농민들, 올해도 ‘풍년농사’ 짓는다

전남 영광 영농발대식 열려 … “농사짓는 설렘 사라지고, 희망도 보이지 않지만”

  • 입력 2016.04.17 17:17
  • 수정 2016.04.17 17:30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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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 영광군농민회 면지회장들이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며 초지를 태우고 있다.

새 생명의 초록이 돋아나는 봄날, 신명나는 풍물장단 속에 영광의 농민과 농민대통령, 군수, 공무원, 농협 등 지역의 농업 관계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풍년 농사를 기원했다. 영광군농민회와 영광군여성농민회는 지난 11일 2016년 영광농민 영농 발대식을 전남 영광군 만남의광장에서 개최했다.

‘농민대통령’은 영농발대식에 참석한 김영호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을 일컬은 말이다. 말 그대로 전농 의장이 농민들의 대표라는 뜻이다. 전국을 돌며 아스팔트농사를 지어온 김 의장에 대한 존경의 의미와 함께 얼어붙은 농심을 풀기 위한 사회자의 한 수였지만 일이 쉽게 풀리진 않았다. 맘 놓고 웃을 수만은 없는 것이 농업농촌이 처한 현실이어서다.

현장에서 만난 이석길 영광군농민회 대마면지회장은 “농업농촌 어렵다는 건 세상이 다 아는 얘기”라며 “논농사 외엔 심을 작목이 없다. 고추라든가 땅콩 등 밭농사는 농가소득에 보탬이 됐는데 예전엔 쏠림현상이라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없다. 중국산 농산물이 쏟아져 들어와서”라고 농촌현실을 전했다. 농사짓는 설렘도 사라졌고, 희망도 보이지 않아 갑갑하다는 이 지회장의 절절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이 지회장은 “그렇다고 농업을 버릴 순 없다. 농사를 지어 설령 적자가 나도 농사를 지어야 한다”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절박함을 드러냈다. 이 지회장은 “농민들에겐 농업에 종사하는 사명감이 있다. (이익이) 남든 남지 않든 국민에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내야 한다는 주체의식이 강하다”라며 “농민들 중에 농사지어 큰 부자 되려는 사람 없다. 생산비를 보장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만 있다면 신바람나게 농사를 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농발대식도 이런 농민들의 의지를 모으는 차원에서 마련된 자리다.

행사장 한 켠에서 분주하게 함께 나눌 음식을 준비하던 권향숙 영광군여성농민회 부회장은 여성친화형농기계 개발을 당부했다.

발대식 사회를 본 이문형 영광군농민회 사무국장은 “지난해 나락값이 4만3,000원까지 떨어졌는데 2002년 나락값이다. 모든 농자재값이 두 배 세 배 뛰었는데 그때랑 같다는 게 말이 안 된다. 농민들 심정은 딱 죽을 맛”이라고 표현했다. 이 사무국장은 “어떡해서든 농사를 계속 짓고 대한민국 농업을 지켜야 한다. 그러려면 미국의 압력으로 농업을 포기하려는 박근혜 정권과 한판 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도농악의 신명나는 풍물놀이와 풍년기원제로 시작된 영농발대식은 본행사에 이어진 난타공연과 청춘열차의 에어로빅 공연으로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지역 막걸리와 가마솥에서 푹 고아낸 돼지고기, 영광군여성농민회에서 밤잠을 설쳐가며 정성스레 준비한 상추겉절이와 쪽파숙지 등 맛깔나는 밑반찬은 열기를 더하는데 한몫했다. 지난해 겪어야 했던 쌀값과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인한 시름, 개방농정으로 멍울진 마음이 위로받는 시간이었을터. 행사장을 가득 메운 농민들의 깊게 패인 주름 사이로 잠시나마 웃음이 퍼져나갔다. 농민들은 어렵고 힘든 현실이지만 올해도 농사를 짓기로 한만큼 앞날에 풍년과 더불어 농업정책의 새 희망이 깃들길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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