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정춘추] 선거도 끝났고, 공약도 끝났다?

  • 입력 2016.04.16 22:43
  • 수정 2016.04.16 22:48
  • 기자명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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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 단국대 환경자원경제학과 교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가 끝났다. 공약도 끝났다? 각 당이 발표한 공약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면 세상물정 모르는 상당히 순진하거나 바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 서글프게도 우리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우리가 매번 선거를 치르면서 배워 온 것인데도 또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들이 민초들이다. 선거 전에 농정 전문가의 각 당 공약에 대한 평가를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라거나, 지켜질 가능성이 없는 공약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약이란 ‘선거 때 정당이나 후보자가 당선된 후에 실시하겠다는 정책으로서 유권자들과의 공적(公的)인 약속’이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도록 촉구해야 한다. 

여야 등 각 당이 공약을 시행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농업예산의 확대이다. 비전 제시에 있어 가장 초라한 새누리당 마저도 자신들의 공약을 이행하려면 예산을 확충해야 한다. 재해지원, 농촌지역에 복지시설 제공, 풍수해 및 가뭄 대비 시설 확충, FTA 피해농가 지원확대, 귀농귀촌 맞춤형 지원, 밭 기반 정비 등의 사업을 시행하려면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당들도 마찬가지이다. 직불제의 확대와 최저(적정)가격보장제, 농어촌상생기금의 확대 및 법제화, 농협혁신, 농어업회의소 법제화, 여성농업인의 지위 및 권리 신장, 농업재해대책 등은 예산확충 뿐 아니라 여당과 상당한 힘겨루기가 필요한 사업들이다.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당선의 기쁨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결의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농업·농촌의 심각한 문제인 농가소득, 농산물 가격의 극심한 변동 추세, 식량주권의 위기, 농업 인력의 고령화와 젊은 농민의 부족, 농업의 주체로서 여성농업인 문제 등은 선거와 무관하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다. 이를 위해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몇 가지의 과제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농어촌상생기금의 법제화이다. 우리 농업을 헤어나기 어려운 늪으로 빠뜨려버린 한-중 FTA에 대한 대가로 여야가 합의해 발표한 것이 농어촌상생기금이다. 무역이득공유제를 도입하지 않기 위해 조성방식이나 사용처도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애매모호한 자발적 기부금이다. 이름은 달라졌지만, 수익자부담의 원칙하에 법적 근거에 입각하여 기금을 조성하고 개방화에 따른 소득감소나 가격안정을 위해 사용하는 방향으로 법제화해야 한다. 무역이득공유제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둘째, 직불제를 농업·농촌의 공익적 및 다원적 기능의 수행에 대한 보상 관점에서 전면 개편·확대해야 한다. 기본직불(식량자급 직불·청년농업인 직불), 환경직불(농업생태 직불·농촌경관 직불), 농촌직불(농촌공동체 직불·농촌사회안전망 직불) 등으로 재편해야 한다. 농민월급제와 청년귀농귀촌인 기본소득제도 이 범주에 포함돼 있다. 이를 위해 예산을 대폭 재편·확충해야 하며, 농업에 대한 철학을 재정립해야 한다. 

셋째, 기초농산물의 최저가격보장제를 도입해야 한다. 최저가격보장제를 반대하는 새누리당의 논리는 시행방안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되어, 대학 1학년이 배우는 경제학원론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저가격보장제는 민간 기구를 주체로 가격안정기금을 조성하고 자율적으로 수급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잘 나타나 있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 소수 품목에 한하여 시범사업을 하는 경우도 있다. 

넷째, GMO 완전 표시제와 음식점 식재료의 원산지 완전 표시제이다. 소비자를 보호하고 농업·농촌을 지키는 효과가 있다. GMO의 불안전성과 미래세대에 미치는 악영향은 시민사회단체에서 누차 강조한 바 있다. 또 음식점 식재료 원산지 완전표시제는 소비자에게 알권리를 보장하고 식품 선택 폭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 만족도를 높여준다. 납세자인 소비자의 건강과 안전을 챙기자는데 반대할 명분을 찾기는 어려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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