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자본의 농업생산 진출 안 된다

  • 입력 2016.04.01 14:09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15년 11월 13일 한국토마토생산자회는 토마토를 자율폐기했다. 재배면적이 늘어 생산량이 증가하자 토마토 시세가 평년 대비 48%나 하락했 때문이다. 농민들 스스로 수급조절을 해 가격하락을 막고자 나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토마토 농사 사정이 이렇다. 비단 토마토 뿐 아니다.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어 먹을 농사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모두 수입개방으로 물밀듯 들어오는 수입농산물이 그 원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 경북 상주에서는 외국자본까지 들어와 대규모 유리온실을 짓고 토마토를 생산하려 한다. 지난달 18일 경상북도와 상주시는 네덜란드 레바트사·농업회사법인 새봄과 토마토 생산용 첨단 유리온실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외자유치 고용창출 수출농업, 근사한 이름으로 포장해 체결한 MOU의 실상은 실체도 모호해 여러 가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외국자본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들어온다는 것인지, 상주시가 기대하는 ‘고용효과’는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불어 수출물량 산출 역시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정부의 90여억원의 유리온실 시설 지원융자금과 39억원의 지열 냉·난방 시설 보조금은 실체가 모호한 사업에 지원이 확정됐다.

백번 양보해서 외자를 유치해 성과를 거두고 지역주민을 고용해 토마토 수출이 성사된다 해도 이 사업을 용인할 수 없다. 3년 전 동부팜화옹의 유리온실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거창한 계획으로 출발한 첨단유리온실의 토마토 생산은 생산량의 90%를 수출하겠다고 했지만 시험생산기간 중에 단 10%도 수출하지 못했다. 동부팜화옹의 유리온실 사업이 외형적으로 농민들이 반대로 좌절됐다고 하지만 실상은 비현실적인 목표로 인해 사업실패가 예정돼 있었던 것이다.

이번 상주의 유리온실 사업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이미 국내 토마토시장은 공급과잉으로 토마토 농가들이 자율 폐기에 나서고 있을 정도인데 여기에 연간 6,000톤을 추가로 생산한다면, 다 같이 망하자는 것과 다름없다.

자본의 힘으로 중소 토마토 농가를 죽이고 혼자 살아남겠다는 심산이 아니라면 이 사업은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더불어 농림축산식품부, 경상북도, 상주시는 유리온실사업에 지원을 철회해야 한다. 2만여 토마토 생산농가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