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소농 세상 꿈꾸는 인도의 초보농사꾼 스리니디

“숲과 같은 자생적 농업시스템 만드는 게 꿈”

  • 입력 2016.03.25 11:55
  • 수정 2016.03.25 12:36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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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정주용 기자]

▲ 인도의 초보농사꾼 스리디니(왼쪽). 캠프 일정 내내 통역하느라 고생한 조영지씨와 함께 찍었다.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진행된 비아 캄페시나 아시아 청년캠프에 전농 대표로 참여했다. 그 곳에서 만난 젊은 청년농민들 중에서도 한 참가자의 이야기가 모두의 관심을 끌었다. 인도에서 IT를 공부하다가 농사를 짓고 싶어 무작정 시작했다는 젊은 청년의 이야기였다. 인도에서도 유명하다는 초보농사꾼 스리디니(27). 그의 이야기를 확인했다.

- IT를 공부하다가 말고 농사를 짓게 된 이유는

대학 졸업 이후, 경기가 좋지 않아 IT기업 입사가 연기됐다. 만나는 선배들이 하나같이 ‘10년 이상은 못할 일이다. 자연으로 돌아가는 게 훨씬 나은 삶’이라고들 했다. IT분야에 대한 기대가 와장창 무너졌다. 당장 농사를 지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처음엔 집안의 반대로 직장에 다니며 농사를 지었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농사를 짓는 친구가 KRRS(인도 카르나타카 주의 농민단체)를 소개시켜주었고, 스바시 발레카라는 사람이 고안한 ZBNF운동(최소예산자연농업, Zero Budget Natural Farming)도 함께 접할 수 있었다.

- 인도 카르나타카 주에서 유명한 농사꾼이라는데

농사는 3에이커(약 1.2ha) 정도 짓고 있다. 바나나 위주로 고구마, 고추, 마리골(꽃의 한 종류) 등도 키우고 있다. ZBNF 운동을 농사에 접목시켰다. 최대한 자연을 살리고 천적을 이용하는 등 자연농업의 한 방법으로 돈 없이도 농사를 지을 수 있다. 톡톡히 효과를 보았다. 특히 마리골이라는 꽃이 네마토드라는 해충의 피해를 바나나 대신 입는다. 벌도 찾아와 수정률이 높아졌다. 또한 바나나나무에 치명적인 파나마병이라는 뿌리병도 잡았다. 이런 식으로 상생되는 작물을 심자는 것이 ZBNF운동 중 하나의 방법이다.

- 직거래도 한다고 들었다

2015년 12월, 첫 수확을 하고 판매를 시작했는데 때마침 바나나가격이 폭락했다. 30루피에 거래되던 것이 10루피까지 떨어지며 농민들은 큰 손해를 보게 되었다. 그러면서 판매 자체를 고민하게 됐고 직거래를 떠올렸다.

화학처리를 하지 않아 향도 확연히 차이가 나고 쉽게 짓무르지 않는 친환경 바나나를 수확했다. 여기에 대기오염도 최대한 줄여보자 싶어 자전거를 개조해 판매에 나섰다. 처음으로 내 바나나를 산 아저씨는 전단지와 내 말을 의심했다. 바나나를 한입 먹어보더니,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오히려 주변에 홍보를 해줬다. 그게 입소문으로 퍼지면서, 순식간에 지역의 유명인사가 되더라.

- 한국에선 직거래가 농민문제를 해결하는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하는데

농민들이 생산에 전념하는 건 원론적으로는 맞다. 판매가 비록 추가적인 일이 되더라도 가격결정에 있어 농민의 권한이 커지기에 결국 직거래를 하는 것이다. 현재 농민들이 시장 접근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일 경작’때문이라 본다. 농민 혼자서 유통할 수 있는 생산물의 양이 한계가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중간 상인을 거쳐야한다. ZBNF 운동이 품종의 다양성을 늘리는 이유다.

- 앞으로는 어떤 농사를 지어보고 싶나

품종을 다양화해서 자급자족을 이루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내 생산물을 이웃과 나누고, 나아가 마을에서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숲과 같은 자생적 농업시스템을 만들어보는 것이 꿈이다. 이런 방식이 널리 퍼지면 멋진 세상이 오지 않을까. 또한 농민의 문제를 해결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 되지는 않을까. 다양한 방식으로, 소농의 방식으로, 행복한 미래를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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