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추가격리, 뚜껑 열어보니 농민에겐 ‘그림의 떡’

‘최저가낙찰·품종제한·보관비용 낙찰자 부담’
쌀값 지지 효과 없는 ‘생색내기’ 일뿐

  • 입력 2016.03.20 13:13
  • 수정 2016.03.21 10:2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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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15만 7,000톤 쌀 추가격리 정책이 사실상 ‘농민 배제 정책’이라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최저가 입찰방식, 품종 제한, 보관비용 낙찰자 부담 등의 조건이 농민이 보유한 쌀을 팔 수 있는 현실적인 조건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지난 10일 ‘2015년산 시장격리 미곡 추가 매입계획’ 공문서를 각 지자체와 농협중앙회 등 관련 기관과 농민단체에 보내 협조를 요청했다. 매입 물량은 쌀 15만7,000톤(벼 21만8,000톤)이며 도별 최저가 공개경쟁 입찰 방식을 택했다. 농식품부는 특히 농가 신청물량을 우선 배정하고 농협·민간RPC가 후순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문을 확인한 농민들은 최저가 입찰방식과 매입조건이 농민에겐 그림의 떡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이효신 (사)전국쌀생산자협회 회장은 “이번 조치는 농민과 전혀 상관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회장은 “우선 최저가 입찰이라고 하는데, 농민들에겐 생소할 뿐만 아니라 어떤 정보력으로 농협·민간RPC들을 상대해 ‘최저가’라는 적합한 조건을 맞추겠는가. 정부가 쌀값 안정을 기하고 농민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다면 도별 배정물량 중 농민 50%, 농협 50% 이렇게 분명하게 농민 우선권을 주고, 시가매입을 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농 광주전남연맹 이석하 사무처장도 “농민이 참여하기엔 문제되는 게 하나 둘이 아니다”면서 “매입품종만 봐도 2015년 공공비축 매입 품종 또는 농협·민간RPC 계약재배 품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농민들이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는 벼는 이 외의 품종들이다. 이번 추가격리는 농민은 철저히 배제하고 농협RPC를 돕기 위한 방편”이라고 일축했다.

15만7천톤 보관료 연말까지 86억 낙찰자 부담

보관비용 문제도 불거졌다. 농식품부는 ‘낙찰자는 2016년 12월 말까지 낙찰물량에 대한 보관비용을 부담’한다고 공문에 명시했다.

이번 추가격리 보관비용은 ‘정부 양곡 보관비용’에 준해서 계산되는데 ‘시 지역 1급 창고’ 기준 벼 1톤당 145.6원이다. 쌀 15만7,000톤을 벼로 환산하면 21만8,000톤, 하루 보관료가 3,200만원이다. 한 달이면 9억5,000만원이고 4~12월 9개월간 보관한다고 가정했을 때 약 86억원을 낙찰자가 부담하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상차비 부담도 추가된다.

이와 관련해 식량정책과 장미 사무관은 “지난해 추가격리 때도 보관비용은 낙찰자 부담 원칙으로 추진됐다”면서 “양곡관리법 등에 명시된 사항은 아니고 사업과 관련한 ‘정책적 판단’”이라고 해명했다.

이석하 사무처장은 “양곡관리는 정부가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이번 추가격리는 정부가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라 농민들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며 “이런 조건이라면 추가격리를 거부하자는 말도 나온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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