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강원연합사업, 판매 특화로 농민 자부심 지켜

6년 연속 산지유통 최우수 … 토종 ‘하니원멜론’ 책임판매 눈길
사업구조개편·횡성물류센터 건립에 연합사업 영향 받을까 촉각

  • 입력 2016.03.20 12:15
  • 수정 2016.03.20 17:55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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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농민들은 다들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에 자부심을 갖고 산다. 문제는 판로다. 농사만 잘 지어선 살 수가 없다. 지역농협들이 판로확보에 나서지만 대형유통업체들을 상대하기엔 불리한 여건이다.

강원도에선 농산물 판로확보의 해법으로 지난 2001년 강원농협 연합판매사업(대표브랜드 ‘맑은청’)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강원농협 연합사업단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평가한 산지유통종합평가에서 6년 연속 산지유통 최우수조직에 선정되는 등 연합사업의 대표적인 모델로 부상했다. 지난해 강원지역 농협 통합마케팅 조직의 총 실적은 2,057억원으로 연합사업단 사업만 1,185억원의 농산물 판매 실적을 거뒀다. 유통업체와 직거래사업도 강화해 유통업체 직거래사업금액은 2009년 46억원에서 2015년 434억원으로 증가했다. 출하 품목도 지난해 샐러리, 미흑찰옥수수, 명이, 곤드레 등 7개 품목을 늘려 42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연합사업의 성과를 사업지표만으로 평가하기엔 한계가 있다. 지역농민들과 산지농협에 실익이 가는 사업이어야 한다. 강원연합사업의 숨은 성과 중 하나는 춘천시 ‘하니원멜론’의 책임판매다.
 

▲ 지난 15일 강원도 춘천시 한 육묘장에서 양승훈 하니원멜론생산자협의회 회장이 멜론 묘종을 둘러보고 있다. 지윤용 농협 강원지역본부 연합사업단 단장은 “하니원멜론은 당도가 15브릭스 이상의 고품질 농산물로 지난해엔 대형마트로 확대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하니원멜론’은 이태익 강원대 교수(세종바이오 대표이사)가 개발한 토종멜론이다. 춘천시는 2009년 이 멜론의 품종 독점권 협약을 체결하고 농가에 보급했지만 막상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양승훈 하니원멜론생산자협의회 회장은 “춘천시의 농가모집에 참여한 회원 수가 한 때 40명이 넘었는데 판매가 원활하지 못해 12명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다”며 “길거리 판매에도 나섰지만 물량을 소화하지 못해 고전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하니원멜론’은 사정을 접한 춘천원예농협을 통해 강원농협 연합사업단을 만나며 안정적인 판로를 만들게 됐다. 연합사업단은 2012년부터 상품 전량의 판매를 맡고 있다. 양 회장은 “지난해 28개 농가가 18만5,000주를 심었는데 개당(1.3kg 기준) 6,400원을 받았다”며 “평당 6주를 심으니 토마토보다 순수익이 높다”고 말했다. ‘하니원멜론’은 토종이기에 모종값이 싸다. 또, 정식 뒤 35일 남짓 동안 작업을 하면 그 뒤론 온·습도 관리와 물 조절만 신경쓰면 될 정도로 손이 덜 가고 수확도 정식 뒤 80일 정도면 할 수 있다.

지역농협들 역시 연합사업을 반기고 있다. 지난해 연합사업 참여농협은 14개 시군 33개 농협에 달한다. 강원지역에선 그 외에도 평창군조합공동사업법인(4개 농협), 횡성군연합사업단(6개 농협). 강원감자조합공동사업법인(12개 농협)처럼 통합 마케팅 사업이 활발히 진행됐다.

김학진 내면농협(강원 홍천군) 차장은 “고추는 전량 연합사업에 참여하는데 주요산지 수급조절시 시세유지에 효과가 있었다”며 고추류 수급안정사업에 점수를 줬다. 김 차장은 “내면농협은 2002년부터 연합사업에 참여하고 있는데 공선회도 100% 연합사업에 참여해 원활하게 운영하고 있다”라며 “연합사업으로 대형마트에 공급하는 농산물 소포장 매출이 지난해 40억원 정도였다. 마케팅에도 도움이 된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토마토를 연합사업을 통해 일본에 수출하고 있는데 오이도 저온저장을 하면 1주일 이상 저장할 수 있으니 앞으로 오이 수출도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윤용 연합사업단 단장은 “참여농협 수가 많을수록 시장 대응력이 강해진다”면서 “지역농협 APC들이 품목이 겹치지 않게 운영하며 한 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 단장은 “지역농협 APC에서 전국 어디든 농산물을 분산할 수 있게 체계를 만들었다. 운송도 통합운송계약을 해서 운송비를 낮추는 여건을 만들었다”라며 “올해는 온라인 및 모바일 판매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사업구상을 밝혔다.

다만 사업구조개편에 따른 연합사업의 방향이 정해지지 않아 관내 농협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연합사업이 농협중앙회에서 경제지주회사로 이관되면 수익성 향상에 더 집중하지 않겠냐는 우려도 있다. 농협중앙회 농업경제부문 한 관계자는 “아직 연합사업단은 경제지주와 논의 중에 있다”라며 “어디에 소속되던 수익사업으로 접근하지 않고 농산물 판로 확대에 매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다음달 공사에 들어갈 예정인 농협경제지주 횡성군물류센터와의 관계도 숙제다. 연합사업단은 도내 생산하는 농산물의 35% 남짓을 연합사업이 취급하고 있는 걸로 추산하고 있다. 강원도 연합판매사업이 15년에 걸쳐 뿌리를 내린 만큼 농산물을 거점물류센터에 모아서 판매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통합물류팀 관계자는 “2017년 내 횡성물류센터가 완공되지만 농산물을 취급할지는 검토 중이다”라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도내 농산물 판매량과 기능중복 등을 고려해 안성농산물물류센터면 충분하다는 판단도 있다”라면서 “다만 장기적으로 안성물류센터를 이용하는 판매장이 많아지면 농산물 배송 거점으로 활용할 필요는 생길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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