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월동채소, 기후변화·공급과잉 진퇴양난

상품성 없거나 가격 폭락 … 품목별 산지폐기 빈번

  • 입력 2016.02.05 15:23
  • 수정 2016.02.05 15:33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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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 우리나라 월동채소 수급에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제주도 겨울철 채소가 이상고온과 잦은 비 등 기후변화로 인해 병해충이 발생하는 등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일 찾은 제주시 한림읍 상대리의 한 밭에 뿌리혹병이 발생한 콜라비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 한승호 기자

제주 감귤에 이어 월동채소도 흔들리고 있다. 밀려드는 수입농산물에 시장은 각축장이 되고, 이상기후로 병해충까지 창궐해 농산물 ‘잘’ 키우기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다.

당근 수입량, 국내 생산량 육박

우리나라 당근 재배면적은 2002년 3,800ha에서 2014년 2,400ha로 연평균 3% 감소 추세다. 제주산 겨울당근은 2002년 2,000ha에서 2014년 1,400ha로 감소했다. 중국산 당근에 이어 베트남산 당근 수입이 증가한 탓이다.

당근 수입량은 2002년 국내 총 공급량의 12% 수준인 1만8,000톤에 불과했지만 2014년에는 9만5,000톤까지 늘었다. 평년 수입량은 9만3,000톤으로, 평년 국내 생산량 8만7,000톤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해 생산량과 수입량이 근접한 것으로도 확인되는데, 2015년 당근 생산 추정량은 10만9,000톤이고 수입량은 9만2,000톤이다. 이에 따른 당근 자급률은 2002년 88%에서 2014년 47%까지 뚝 떨어졌다. 

월동무·겨울양배추 재배면적 ‘증가’...가격하락 이어져

제주도는 2000년대 초반 본격적으로 월동무 생산을 시작했다. 가을무와 봄무 보다 경쟁력이 높았던 월동무 재배면적은 2000년대 초반 500ha 내외에서 2011년 4,700ha로 8배 이상 급증했다. 2011년 제주 월동무 조수입은 2008년 대비 83%나 늘어 제주 생산 농산물 중 단일품목으로 감귤 다음으로 조수입이 높은 작물로 등극하기도 했다. 하지만 월동무 생산량이 계속 늘어나자 출하기 시장가격이 약세를 보였고, 최근 4년간 월동무 재배면적은 감소하고 있다. 재배면적이 감소해도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늘고 식생활 변화·김치 수입 급증 등에 따른 소비 감소가 원인이 돼 가격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월동무 출하가격은 2011년을 정점으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겨울양배추 면적도 연평균 2%씩 늘고 있다. 하지만 제주의 양배추 면적은 감소 추세다.

‘2016 농업전망’에 따르면 양배추 전체 재배면적은 2002년 5,000ha에서 2014년 7,000ha로 연평균 3%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는 식생활 변화와 외식수요가 늘어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중 겨울양배추 재배면적은 2002년 2,216ha에서 2015년 2,897ha로 연평균 2% 증가했다. 반면 제주의 경우 면적이 감소해 비중이 2002년 81%에서 2015년 77%까지 낮아졌다. 제주도 겨울양배추 재배면적이 감소한 이유는 2013년부터 2015년 상반기까지 가격 약세가 지속되면서 시장격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또 한정된 재배지역에 따른 ‘연작피해’로 병해충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겨울양배추의 또 다른 생산지인 전남지역이 점점 비중을 늘려 생산비율이 2002년 19%에서 2015년 23%까지 확산되고 있다.

한편으로 수입 양배추가 국내산과 시장쟁탈을 벌이고 있다. 양배추 수입량은 2002년 1,400톤에서 2011년 2만3,000톤, 2013년 2만5,000톤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859톤으로 줄었다. 2014년 수입량 급감은 국내 양배추 재배면적과 생산단수가 늘어 가격 하락세가 지속된 탓이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5년 국내 생산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오르자 전년(859톤) 대비 4배 급증한 3,000톤이 수입됐다.

제주도가 밝힌 최근 5년간 월동채소 조수입 현황을 살펴보면, 무는 ha당 2010년 3,447만원에서 2011년 2,465만원, 2013년 2,315만원으로 계속 떨어지다가 2014년엔 3,204만원으로 올랐다. 양배추는 ha당 조수입이 2010년 4,343만원에서 2011년 3,955만원, 2013년 1,940만원으로 뚝 떨어졌고, 2014년엔 2,789만원으로 다소 회복했다.

당근은 ha당 조수입이 2010년 5,382만원에서 2011년 4,733만원, 2013년 2,955만원으로 45% 떨어진데 이어 2014년엔 3,215만원으로 2010년 보다 40% 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생산비, 물가 등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겨울당근 농사는 ‘헛농사’나 다름없다.

기후변화, 치명적인 복병

지난달 28일 제주에 내린 32년만의 폭설과 한파로 월동채소 피해가 확산될 조짐이다.

주로 노지작물인 월동채소는 생육 비대기이거나 수확 출하기였던 탓에 동해는 물론 습해와 저온 피해가 잇따를 전망이다. 현재 출하중인 월동무는 검게 변하고 썩어 들어가며 갈라지는 ‘백반병’과 ‘균핵병’ 등이 확산돼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속 늘어나고 있다. 양배추도 지난해 비 때문에 가뜩이나 품질이 떨어진 가운데 이번 폭설로 병해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폭설 이전에 제주는 이미 이상고온과 잦은 비로 겨울농사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였다. 월동채소의 성장이 빨라져 전 작형과 출하시기가 겹칠 뿐 아니라 비에 저장성까지 약해져 이중삼중의 고충을 겪었다. 여기에 시세까지 받쳐주지 못해 농가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상기후가 올해로 끝나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단지 가격 안정만을 염두에 둔 월동채소 대책이 아닌 생산시스템 전반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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