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 친환경 생활공동체 뿌리내리기

  • 입력 2016.01.24 02:08
  • 수정 2016.01.24 02:1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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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

농활은 줄임말이다. 농활을 농촌봉사활동이나 농촌일손돕기로 생각하기 십상인데 농민연대활동이 보다 정확한 뜻이다. 일손돕기는 연대활동의 한 갈래인 셈이다. 봉사란 시혜가 필요한 대상을 위하는 행동을 뜻한다. 우리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농촌과 농민에게 우리가 뭔가 일방적인 베품을 준다는 발상 자체가 오만일 수 있다.

그래서 기자가 뛰어든 농활을 준비할 때마다 고민이다. 짧은 시간에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게 농활의 정답일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 특히 궂은 날씨로 농사일을 할 수 없는 날에 농사일을 체험하겠다고 조르는 건 민폐가 된다.

트럭 바퀴가 눈길에 헛도는 모습을 보면 이런 생각이 안 떠오를 수 없다.

▲ 거북이공동체 황병권 총무(왼쪽)가 홍기원 기자에게 표고버섯 배양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 20일 찾은 충청북도 청주시 미원면 거북이공동체 농장은 주초부터 내린 눈에 하얗게 덮여 있었다. 농촌체험캠프인 거북이학교와 여섯 농가가 함께 만든 거북이공동체 농장은 무농약 표고버섯을 생산해 한살림생협에 공급하고 있다. 공동체 총무를 맡고 있는 황병권(45)씨는 “한살림은 무농약 인증을 받아도 유기농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라며 “8년 전부터 표고버섯 농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동체 농장을 관리하는 일은 농업회사법인 대표이사인 황씨와 함께 안명상(46)씨와 신재호(43)씨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이 미원면에 자리잡은 건 2002년 미원지역 한 폐교에서 공부방을 연 게 계기가 됐다. 황씨는 “농촌에 왔으니 뭔가를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이웃 형님들이 표고버섯을 권했다”라며 “생표고를 그 때 처음 봤는데 주민들이 많이 도와줘 빨리 자리를 잡았다”고 말했다.

공동체 농장의 하루 첫 일과는 배양실 점검이다. 버섯농사는 온도와 습도 관리, 그리고 환기가 중요하다. 배양실에 들어서니 하얀 버섯 종균이 얹혀있는 배지들이 꽉 들어차 있다. 배지는 참나무 톱밥에 미강과 탄산칼슘을 섞어 만드는데 유기농 톱밥과 미강을 넣고 있다.

▲ 홍기원 기자가 배양실에 놓여 있는 표고버섯 배지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들여온 배지는 이 배양실에서 4개월 정도 버섯 종균을 배양한다. 하얀 종균이 확산되며 색이 변하는 갈변상태가 나온다. 갈변까지 마친 배지는 3월경 개봉해 그때부터 버섯을 생산하게 된다.

화석연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고자 지하수를 활용한 난방을 하기에 배양실 온도는 14~15도에 머물고 있다. 표고농사는 농가별로 농법이 다르지만 보통 배양실 온도는 20도 이상을 유지한다고 한다. 배양실 온도를 높이면 버섯 생산 시기를 앞당길 수도 있다. 하지만 온도를 올리려면 화석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황 총무는 “원래 무가온 원칙 때문에 겨울재배는 하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최소난방으로 겨울재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버섯 농사 자체는 친환경농사를 하기 쉬운데 온도관리, 수분관리가 문제다”라며 “특히 지하수를 많이 쓰는 편이어서 고민이다”라고 덧붙였다.

친환경농사를 지어도 시장에선 알아주지 않는다. 황 총무는 “한 해 생표고 50톤을 생산하는데 반은 한살림 매장에 보내고 나머지는 도매시장으로 출하한다”라며 “도매시장에선 친환경이라고 가격을 높게 쳐주진 않는다”고 사정을 전했다.

버섯이 나오면 그때부터 정신이 없다. 버섯은 돌아서면 크기 때문에 따야할 크기만큼 자라면 3시간 내에 수확해야 한단다. 세명이 허겁지겁 수확하다가 날을 새는 때도 종종 있다.

▲ 본지 홍기원 기자(왼쪽)가 지난 20일 충북 청주시 미원면에 위치한 거북이공동체 농장에서 신재호씨와 함께 지난 한 해 동안 표고버섯을 생산한 배지를 트럭 적재함에 쏟고 있다. 배지는 퇴비로 재활용된다.

한 해 동안 버섯을 생산한 배지는 그냥 버리지 않는다. 숙성하면 퇴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재호씨는 “참나무 톱밥이 흰가루병에 강해 미생물을 섞어 1년 동안 숙성하면 친환경 퇴비로 이용할 수 있다”며 지난 가을 수확이 끝난 배지를 들어 보였다.

퇴비로 환원할 배지를 옮겨보겠다고 나서자 퇴비장 가는 길이 얼어 힘들다고 한다. 눈길에 헛도는 트럭 바퀴를 보고 더는 떼를 쓸 수 없어 트럭 한차에 배지를 옮겨 싣기만 했다. 버섯수확은 이미 오늘 수확을 마쳐서 둘러보기만 했다. 버섯이 잘 자랄 때는 봄가을이다. 그 때는 하루에 세 차례는 수확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 때 오면 더 번거로웠을거야‘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하우스를 나섰다.

생활공동체 지향하는 거북이공동체

거북이공동체는 단지 경제사업만 공동으로 하지 않는다. 농촌지역 생활공동체로 자리잡는 게 목표다. 표고버섯 농장과 절임배추를 생산하는 집하장도 공동재산으로 관리한다. 올해 집하장 인근 공동텃밭에서 재배한 감자와 배추는 면사무소와 지역학교에 모두 나눠줬다.

친환경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뿌리내리기는 쉽지 않다. 황 총무는 “특히 관행을 짓다 친환경 농사로 바꾸는 게 어렵다”며 “생활도 바꿔야하니 자기집 마당에도 농약을 못 친다”고 이들의 어려운 실천을 귀띔했다.

▲ 인근 폐교를 개량한 온실에서 키우고 있는 식충식물을 살펴보고 있는 홍기원 기자(왼쪽)와 황병권 총무.

만나본 농민들의 모습은 밝았다. 파프리카와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다는 김영신(56)씨는 “가온을 할 수 없으니 겨울엔 수입이 없어 힘들다”며 “비료도 주고 싶은데 황 총무가 한살림답게 농사 짓자고 말린다. 동생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니 그 말을 따르고 있다”고 웃었다. 신씨는 “한살림과 약정을 맺어 농사를 지으니 판로가 안정된 장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황 총무는 기존 농사 외에도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처음 활동을 시작한 폐교 앞엔 끈끈이주걱, 파리지옥 등 식충식물을 키우는 온실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온실 한켠엔 백향과 나무도 심었다. 황 총무는 “아파트 공사 폐기물을 수거해 운영비에 보태기도 했다”라고 자리를 잡고자 노력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들의 최종 목표는 ‘마을 만들기’다. 미원면 산골에 자리한 거북이 학교는 연 2,000명이 찾아 농촌체험을 한다. 학교 옆엔 공동체 마을이 조성될 예정이며 황 총무 등 농장을 맡은 세 사람은 이미 이 마을에서 살고 있다.

황 총무는 “생활공동체로 농촌지역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재밌게 살 수 있는 마을을 꿈꾸고 있다”라며 “체험캠프인 거북이 학교를 통해 우리가 이 곳에서 사는 모습이 세상과 소통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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