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남기 농민 큰딸 백도라지씨

“영상 속 아빠, 경찰이 정조준했다”

  • 입력 2016.01.22 14:52
  • 수정 2016.01.22 15:23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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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 사진 한승호 기자

“당시 동영상을 보면 아빠는 물대포에 맞고 주저앉았다가 물대포를 계속 맞고 결국 바닥에 쓰러져요. 가끔 생각합니다. 만약 아빠가 주저앉았을 때, 그때만이라도 물대포 발사를 멈췄으면 지금 이 지경으로 다치지 않지는 않았을까.”

지난해 11월 14일 전국농민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남 보성에서 올라온 농민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 조준사격으로 뇌 손상을 입고 쓰러진지 벌써 두 달이 지났다. 한 순간에 무너진 가족의 애 끓는 심정을 그 누가 헤아릴 수 있을까? 백씨의 큰딸인 백도라지씨는 한 언론에 쓴 기고에서 참담한 심경을 밝힌 바 있다.

평범했던 가족의 삶은 송두리째 사라지고 고통의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백씨가 쓰러진지 66일째인 지난 18일 서울대병원 앞 농성장에서 도라지씨를 만났다. 먼저 백씨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도라지씨는 “여전히 의식이 없고 약물에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뇌파검사에서 뇌파가 있는 것으로 나와 다소 차도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것에 대해선 “의료진이 희망을 걸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씨는 한편으론 기적을 바라면서도 무엇보다 정확한 조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 이상 정부와 정치권에 기대할 게 없어서다. “처음부터 쉽게 사과를 할 거라고 생각을 하진 않았어요. 철저한 무시로 일관하고 있죠. 이렇게까지 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습니다. 제일 바라는 건 아빠가 일어나시는 거예요. (당시 상황을 모두)증언하셔서 관계자들이 책임지는 것을 바라지만 그건…. 수사도 빨리 진행되고, 빨리 보다는 정확하게 모든 게 다 밝혀지는 게 중요합니다. 기간이 얼마나 걸리던 간에.”

지난 12일 법원에서 증거보전을 신청했던 살수차 블랙박스 영상을 확인한 도라지씨는 “판사와 변호사, 경찰쪽 대리인과 같이 보는 상황에서 아빠가 아주 잘 보였다”고 전했다. “살수대 물이 발사되는 꼭지 바로 위에 카메라가 달려있어서 꼭지가 보이고 거기서 물이 나가는 게 보여요. 아빠가 나오니 카메라가 조준하면서 화면이 바뀌는 게 보였어요. 명확히 조준한 거죠. 안보였다면 조준하지 못했을 겁니다.”

지난해 11월 23일 강신명 경찰청장은 국회에서 “안 보였다”라고 말했지만 거짓임이 드러난 것이다. 도라지씨는 이 사건과 국회에서 거짓말한 것에 대한 강 경찰청장의 책임을 단호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경찰을 소관하는 행정자치부의 수장이던 정종섭 전 장관에 대해서도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전에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단단히 별렀다.

농민들과 뜻있는 시민들이 사태 해결과 쾌유를 기원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지만 상황이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도라지씨와 가족들도 이에 따른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다.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가 길게 갈 수 있다고 해서 동생도 일단 아이가 있는 네덜란드로 돌아갔어요. 많은 분들이 걱정해주셔서 어머니와 가족들 모두 괜찮습니다.”

도라지씨는 끝으로 여전히 아스팔트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농업·농촌·농민 얘기가 쏙 빠진 걸 보고 너무 화가 났습니다. 전국의 농민들도 같은 마음일 거에요. 농업이 없으면 그 나라의 기반이 없어지는 거잖아요. 다들 잘 버텼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그리고 아빠의 쾌유를 빌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는 말도 전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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