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해야

정부 최저가격제, 농민들은 ‘낙제점’ … 총 생산비 반영·품목 확대·계약재배 비중 높여야

  • 입력 2016.01.03 13:23
  • 수정 2016.01.22 14:59
  • 기자명 박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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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 정부가 현행 운영중인 최저가격제도는 보장품목의 제한, 물량의 한계 탓에 농민들로부터 제도 현실화 요구가 빗발쳤다. 사진은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의 모습. 한승호 기자

 

쌀값 폭락으로 터져 나온 농민의 신음소리는 농산물 가격보장을 위한 정부 정책에 적색등이 켜졌음을 반증하고 있다. 농산물 수입 개방에 따른 가격하락에 더해 쌀값 폭락으로 인한 도미노현상 조짐까지 나오고 있어 정부 정책 변화가 더욱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에선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해법으로 제시해왔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주요 농산물을 정부가 직접수매하거나 농협 등 생산자단체를 통한 계약재배 등의 방식으로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유지하고, 생산비를 보장하는 품목별 최저가격(하한선)과 국민이 수용가능한 최고가격(상한선)을 설정해 기초농산물의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정부, 최저가격 보장 품목 7개뿐 … 계약재배 물량도 적어

현재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근거해 7개 품목에 대해 직접생산비나 경영비 기준으로 최저가격을 정해 사전계약(약정)한 농가를 대상으로 가격하락시 계약재배 물량을 최저 가격으로 우선 수매해 시장에서 격리하는 최저가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7개 품목은 배 추·무·대파·당근·고추·마늘·양파 등이고 최저가격은 농식품부가 운영하는 농산물수 급조절위원회에서 심의, 농식품부가 결정해 왔다. 최저가격은 농산물 가격 폭락에 대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볼 수 있다. 가격폭락 시 정부가 농산물 수급조절 및 가격안정을 위해 시장격리 조치를 시행하면 기준가격에 영향을 미쳐서다. 하지만 농민들은 현행 제도에 낙제점을 부여하고 있다. 품목 수가 가뜩이나 적은데 실제 수급조절은 배추·무·건고추·마늘·양파 등 5개 품목만 하고 있다. 대파와 당근은 적용되고 있지 않다.

계약재배 물량이 많지 않은 것도 문제다. 품목별 생산량의 4~22% 수준에 그치고 있는데 30〜50% 정도는 돼야 시장가격 안정의 실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정부에선 2016 년까지 계약재배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생산비를 보장하는 최저가격 현실화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최저가격 산정에 있어 무·배추·당근·대파는 경영비를 적용하고 고추·마늘·양파는 직접생산비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최저가격 산정의 기준이 된 경영비는 생산비에서 자가노동비, 자가토지비, 자본용역비 등을 제외한 비용이고, 또 하나의 기준인 직접생산비도 생산비에서 토지용역비(자가, 임차포함)와 자본용역비 등 간접 생산비를 제외한 비용이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7개 품목별 생산비와 최저가격의 차이를 비율로 따져보면 생산비와 직접생산비 기준 최저가격의 차이는 9〜12% 정도지만 생산비와 경영비 기준 최저가격의 차이는 29〜42% 까지 난다. 게다가 농촌진흥청과 통계청에서 조사하는 생산비와 실제 현장농민이 체감하는 생산비는 차이가 크다.

“품목별 생산자조직 구성해 농민 대변해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장경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은 “중앙정부의 최저가격 제도에서 대상 품목을 늘리고 최저가격 기준을 높여야 한다. 계약재배 비중을 높이고 위원회 구성 및 운영도 바꿔야 한다”며 “아울러 품목별 생산자 대표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개선책을 제시했다. 이래야만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에 근접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현재 경영비와 직접생산비로만 책정하는 최저가격을 총생산비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변경해야 한다. 아울러 “최저가격 개정주기도 농업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게 장 부소장의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지난 3월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를 열어 최저가격의 개정주기를 3년으로 결정했다. 2013년 10월에 변경된 최저가격이 2016년 10월이 돼야 변경이 가능한 것이다. 농산물 가격은 계속 떨어지고 물가와 생산비는 오르는데 앞으로 2년이나 최저가격이 동결되는 셈이다.

장 부소장은 또한 “전국단위 농민의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 품목별 생산자조직을 구성해 최저가격을 결정하는 농산물 수급조절위원회에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장 부소장은 사회적 장치로 볼 수 있는 최저가격에 대한 국회동의제 도입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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