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설] 병신년(丙申年) 새해에는 희망의 태양이 솟아오르길

  • 입력 2016.01.03 10:42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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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할 때면 언제나 우리는 지난해를 되돌아보고 새해엔 뭔가 희망이 있는 한해가 되기를 소원한다. 희망을 쏘아 올리기 위해서는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이 우선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지난해 을미년(乙未年)은 청양(靑羊)의 해라 하여 기대가 컸었으나 나라 전체로 보나 농업계로 보나 분열과 좌절의 한해였다. 급기야 공권력은 백남기 농민을 쓰러뜨리고 사경에 빠지게 하고 말았다. 박근혜 정부가 농업 농민을 대하는 태도와 문제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아직까지도 이 정권은 사과 한 마디 없다.

본지는 끊임없이 박근혜 정부의 농정에 대해 공정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농정은 농업문제 인식과 철학의 부재로 나무의 뿌리나 줄기에는 관심이 없고 하늘거리는 나뭇가지 몇 개만을 팔랑거리게 하면 그 나무전체가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는 착각 속에 보여주기식, 이벤트성 농정이 난무하는 한해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6차산업화니 미래성장산업이니 수출농업이니 창조농업이니 ICT 농업이니 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농정은 나무의 잔가지에 불과한 것일 뿐 농업 농촌 농민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농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점점 어려워져만 가고 농민들의 삶은 점점 피폐화해 가는 데도 나무의 뿌리와 줄기를 튼튼히 할 생각은 소홀히 하면서 생가지 몇 개 붙잡고 나무를 살릴 수 있다고 착각하는 농정당국의 무능과 철학의 부재는 우리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

지난해는 무엇보다 쌀 개방의 원년이었다. 쌀시장을 개방한 자들을 역사는 매농노라 평할지도 모를 일이다. 쌀값은 최악으로 하락한 한해였고, 한-중, 한-베트남, 한-뉴질랜드 FTA가 발효됐으며, 기후이상으로 강원·경기·충청 등 중부지역은 42년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었는가 하면 대부분의 과일생산은 평년작을 웃돈 데다 수입량마저 늘어나 가격은 최악으로 떨어진 한해였다. 또한 원유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낙농가의 시름이 점점 깊어지는 양상이고, AI 구제역 같은 악성가축질병의 만연으로 시름이 깊었던 한해였다. 김영란법에 대한 우려도 큰 한해였다.

뿐만 아니라 각종 FTA 대책으로 10년간 1조원의 상생기금을 조성한다고 발표하자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기업의 준조세라며 대서특필함으로서 농민들의 가슴을 또 한번 미어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병신년(丙申年) 새해에는 뭔가 달라져 우리의 농민들이 희망을 가지고 농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이다. 한 인간의 생명은 세상 어느 것 보다 소중하기 때문이고 한국농업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권력이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지 국민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사경을 헤매게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다음으로는 농정철학을 재정립해야한다. 나무의 뿌리인 농업과 줄기인 농촌을 튼튼히 세우는 일에 농정당국은 매진해야 한다. 뿌리와 줄기를 살리는 일이 얇은 가지를 살리는 것 보다 눈에 잘 띄지 않을지는 몰라도 나무를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요 우선이기 때문이다. 뿌리와 줄기를 위한 농정이라 함은 식량안보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농정, 농업농촌의 다원적 생태적 환경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농정, 친환경유기생태농업의 확대를 위한 농정, 농가의 실질 소득 안정 장치 등일 것이다.

쌀 시장이 개방되고 쌀 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를 지난해에 겪었는데 쌀 정책 또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함을 재삼 강조하고자 한다. 시장기능에 맡기는 현행 쌀 정책에서 정부가 적절히 개입하는 쌀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쌀 생산농가의 소득안정화 장치도 강구해야함은 물론이다.

그럴 때만이 병신년 새해에 희망의 태양이 솟아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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