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반WTO 투쟁, 아프리카의 돌풍

  • 입력 2015.12.27 16:42
  • 수정 2015.12.29 19:09
  • 기자명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형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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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박형대 정책위원장]

WTO(세계무역기구)는 1995년에 출범했다. 그 유명한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 에 의해 탄생했는데 그때 우리농민들의 싸움은 처절했다. 아마 이때부터 농민들은 영어로 된 단어를 외치기 시작한 듯하다.

그렇게 시작된 WTO는 20년이 됐지만 앞날은 어둡다. 세계 민중들도 반대하고 자본주의 국가들도 WTO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도 WTO에 기대하지 않는다. 특히 WTO의 앞날을 결정할 DDA(도하개발아젠더) 협상은 당초 타결 년도를 몇 년 지나도 타결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만든 WTO인데 제국주의 자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2013년 9차 WTO각료회의에서 죽어가는 DDA협상을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기를 갖다 붙이면서 2년 후 10차 각료회의에서 회생시키자는 것이 그들의 스케줄이었다.

이런 배경으로 케냐 나이로비에서 10차 WTO 각료회의가 열린 것이다. DDA 협상이 끝장날 것인가, 살아날 것인가가 판가름나는 회의였던 것이다. 탐욕으로 가득찬 제국주의와 세계평등을 주장한 민중들의 격돌장이었던 것이다. 미국, 인도,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 노르웨이, 짐바브웨 농민단체가 참석했으며 케냐는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에서 참여했다.

이번 투쟁에서의 특징은 아프리카가 반세계화투쟁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아프리카는 WTO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었는데 경제개발이 되고 부의 양극화가 심각해지면서 차츰 WTO체제를 공부하게 된 것이다. 케냐만 하더라도 거대 자본이 빈민촌의 물을 사유화하면서 이번 WTO각료회의 대응투쟁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됐다고 한다.

앞으로 반세계화, 반WTO 투쟁에 아프리카의 돌풍이 기대되는 점이다. 이번 회의는 결국 DDA의 사망으로 끝이 났다. 사망선고만 미뤘을 뿐이다. 그동안 ‘WTO는 세상의 대안이 아니며, 오히려 농민을 죽인다’는 우리의 주장이 현실로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정부는 반성이 없다. DDA협상이 곧 타결된다면서 일찌감치 폐지한 추곡수매제도가 대표적이다. 세계는 자국의 식량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챙기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갈수록 정부 책임을 포기하면서 쌀 수입에만 열중하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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