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3.11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엔 ‘농민조합장’을 내세운 후보들이 적잖게 당선됐다. 그러나 농산물 가격이 무너지고 지역농협을 둘러싼 환경이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는 가운데, 이들 농민조합장의 고민도 깊어져 가고 있다.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여러 농민단체들이 농협개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 단체에서 배출한 후보들은 오랜 현장경험을 살려, 또는 좋은농협만들기 정책선거실천 전국운동본부와 정책협약을 통해 공약을 만들어 농협개혁의 방향을 구체화했다.
노종진 능주농협(전남 화순) 조합장도 화순군농민회장 출신으로 농협개혁을 표방한 농민조합장 후보들 중 하나였다. 노 조합장은 지난 조합장선거에서 892표(54.58%)를 득표해 무난히 당선됐다. 그는 “농민회 활동을 하면서 조합을 보니 조합원 중심이 아닌 농협 조직을 위한 사업을 하는 것 같았다”며 “벼 수매가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등 조합원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조합원 의사를 조합 운영에 반영하려면 협동조합 교육이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 화순군농민회는 1년에 1~2회씩 협동조합 학교를 열고 협동조합 교육을 진행해왔다. 노 조합장은 “농협 내에 교육위원회를 만들었고 내년엔 신입조합원부터 교육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라며 “직원들도 2달에 1번씩 특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노 조합장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제 교육의 내용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진 협동조합이 이렇게 운영하면 안 된다는 교육만 했다”라며 “농산물을 제대로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하고 판매관리비는 어떻게 줄이고 협동조합의 협동가치는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원이 농협을 비판하는 시스템에서 협동조합 사업에 참여해 토론할 수 있게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중심 사업운영에 대한 고민 역시 보다 구체화된 모습이다. 노 조합장은 “벼 수매가를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조합원 수매가를 지원하려는데 조합원 2,010명 중에서 벼 수매에 참여한 조합원이 400여명 밖에 안 된다. 다른 작목반의 반발도 있다”며 “65세 이상 조합원이 전체 조합원 중 70%를 넘는데 이용고배당 중심으로 사고를 하다보니 조합원들 간 견해 차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현재 지역농협 틀을 넘어 품목조합으로 전환이 있어야 한다고 내다봤다.
노 조합장은 “당선은 쉽게 됐지만 올해는 사업을 안정화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며 “농협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협이 쌀을 비싸게만 사면 다가 아니다. 판매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이같은 고민을 ‘조직적으로’ 하게끔 전농 차원의 정책 대안 마련을 당부했다. “회계감사 기능뿐 아니라 경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으면 좋겠다. 전국 조합장 중 10%만 농민조합장이 당선되면 중앙회도 개혁할 수 있다. 농민회가 조합 경영 준비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