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한국농정 주요뉴스] ‘본말전도’ 농협지주회사 사업, 회원조합과 곳곳서 경합

천안시 성환읍, 3개 회원조합 사이에 NH농협은행 지점 영업
하나로클럽 창원점, 동창원농협 하나로마트와 불과 1㎞ 떨어져

  • 입력 2015.12.27 01:34
  • 수정 2015.12.27 01:39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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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회원조합의 발전을 도모해야 하는 농협중앙회가 그 정체성을 잃었다는 주장은 새삼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중앙회 사업구조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며 문제가 더 악화되는 모습이다.

충남 천안시 성환읍엔 성환농협, 천안배원예농협, 천안공주낙농농협 본점이 들어서 있다. 그런데 이들 세 농협 사이에 NH농협은행 성환지점이 자리를 잡고 영업을 하고 있다. 성환농협은 겨우 1차선로를 사이에 두고 이 지점과 사실상 마주한 위치다. 신용사업에서의 경합을 피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 사진 오른쪽엔 NH농협은행 성환지점이 영업 중이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에 성환농협 본점이 자리잡고 있다.

황규현 성환농협 상임이사는 “경제가 어렵고 부동산 시장도 죽어 신용사업이 위축되고 있다”라며 “(성환지점과)아무래도 신용사업에서 경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상임이사는 “인구 3만명이 안 되는 지역에서 1금융이 2곳, 2금융이 6곳이다”라며 “성환농협 차원에서 성환지점을 이전해 달라 호소한 적이 있는데 쉽게 이뤄지지 않더라”고 덧붙였다.

성환읍은 2000년대 들어 인구 3만명을 넘어섰으나 최근엔 정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성환읍 인구는 2만8,971명에 그쳤다. 황 상임이사는 “품목농협은 천안시내에 지점을 세워 영업을 하지만 성환농협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라며 “주로 조합원들이 신용사업을 이용하는데 농사짓는 분들이라 대출수요가 없다. 그래서 예대비율이 60%밖에 안 된다”고 전했다.

한 성환농협 관계자는 “지역의 공무원 월급이나 군부대 월급도 다 성환지점이 주거래처다”라며 “거리제한이 있기 전부터 있었다고 하나 회원농협과 경쟁하지 말고 이전했으면 좋겠다”라고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않았다.

경남 창원시에선 신축 오픈한 하나로클럽 창원점(창원시 봉곡동)과 동창원농협 명곡지점 하나로마트가 불과 1㎞ 거리에서 각각 마트사업을 하고 있다. 하나로클럽 창원점은 지난 9월 새단장 개장식을 열었으며 지상3층, 2,128㎡(약 640평) 규모다.

김준기 동창원농협 상무는 “새단장을 한 하나로클럽 창원점이 아직 사업이 활성화되진 않았지만 타격이 없다고 할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하나로클럽이 예전부터 있던 점포지만 회원조합과 경쟁이 되는 건 안 맞다”라며 “전체적으로 중앙회가 회원조합을 육성해서 농산물을 판매하는 게 좋다”고 주장했다.

박진도 좋은농협만들기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23일 <농협중앙회의 개혁과제와 방향> 보고서에서 “농협중앙회는 회원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중앙회 자체를 위한 조직인 게 현실이며 이런 성격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며 더 분명해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박 상임대표는 “본질적인 문제는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이 자체사업 중심이란 점이다”라며 “중앙회의 목적이 자기 이익 극대화에 있기에 회원조합과 마찰을 일으켜 본말이 전도됐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은 지역조합이나 농민과 아무 상관이 없다. 농업과 농민을 앞세워 ‘돈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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