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협동조합을 찾아서 ⑤ - 봉화 봉봉협동조합

“힘들고 돈 안 되는 일인데 참 재밌어요”

  • 입력 2015.12.20 02:10
  • 수정 2015.12.20 02:11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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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며 농촌엔 농협 외에도 협동조합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8월 27일 현재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해 설립한 협동조합 수는 7,720개에 이른다. 2013년 3,321개였던 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 수는 지난해 6,071개로 182.8%에 달하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본지는 농촌지역에서 활동하는 협동조합의 활동을 취재하며 질적 성장의 내용과 기존 시장질서의 대안으로서 협동조합의 진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 송성일 봉화 봉봉협동조합 이사장(왼쪽)과 윤택중 조합 이사(오른쪽)는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단위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다”며 “실무자 임금보전 지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농촌협동조합이 늘어나고 있지만 탄탄한 성공가도를 달리는 곳은 찾기 힘들다. 각자의 이해를 조율해 협동하는 사업방식이 뿌리내리려면 끈기가 필요할 때도 있다. 경북 봉화군에 자리한 봉봉협동조합(이사장 송성일)은 농촌협동조합이 겪는 어려움을 끈기로 버텨내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조합 중 하나다.

봉봉협동조합은 지난 2013년 7월 봉화군농민회와 정봉주 전 의원이 손을 잡고 창립한 다중이해관계자협동조합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 직거래를 주 사업으로 양쪽 모두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며 이사진도 생산자 이사와 소비자 이사를 각각 4명씩 선출해 구성했다.

위기는 갓 출범한 협동조합에 거는 기대가 채 식기도 전에 찾아왔다. 협동조합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정 전 의원의 인지도를 보고 가입한 조합원들은 곧 한계를 보였다. 정 전 의원이 협동조합에서 손을 뗀 시점을 전후로 협동조합 사업에 참여하는 조합원의 수가 급감했다.

윤택중 조합 이사는 “정 전 의원 팬카페 대표로 참가하게 됐는데 지난 2년이 20년 같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윤 이사는 “조합원들의 충성심이 높으면 좋겠지만 당초 협동조합이 필요해서 모인 조합원이 아니었다”라며 “생산자협동조합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고 조합 운영도 점차 생산자를 중심에 놓고 있다”고 말했다.

농산물 직거래 사업이 어쩔 수 없이 안고 가야할 위험성도 발목을 잡는다. 조합 매출에서 절임배추 직거래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올해 지역에 병해가 찾아오며 계약한 생산량을 크게 미달하는 악재가 찾아왔다. 송성일 이사장은 “생산자 조합원들과 5만 포기를 계약했는데 농사를 병해로 망치며 3만 포기가 모자라 관외 배추를 들여와야 했다. 또, 조합원 직거래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도시지역 소비자생협과 거래하는데 납품 이틀 전에 받을 수 없다고 연락이 와 낭패를 보기도 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송 이사장은 임기 1년을 남기고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그는 “깡으로 버텼다”며 “단기적으로 경영이 좋아지진 않을 것이다. 일단 버티면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하고 활동기반을 축적해가려 한다”고 전했다.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정기의료봉사활동과 ‘할매장터’를 만들어 이웃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가져온 대추 1자루, 땅콩 1자루를 받아 팔면서 느낀 보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송 이사장은 “돈 안 되는 일이 참 재밌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다행히 2015년 소득자원발굴사업으로 봉화군 명호면에 절임배추 가공공장인 비나리협업농장 따공이 만들어졌다. 봉봉협동조합과 별개 법인이지만 생산자 조합원들이 참여했기에 사업기반은 구축한 셈이다.

지역 협동조합끼리 연대를 통한 사업발전도 모색 중이다. 송 이사장은 “올해 봉화군 내 친환경생산자협동조합의 꾸러미를 수수료 없이 같이 홍보하고 따로 절임배추 사업을 하던 자활사회적협동조합과 공동사업을 하기도 했다”며 “지역 내 협동조합들과 함께 내년엔 친환경 농산물 중심의 물류관계를 구축해 대구지역 소비자생협에 납품하는 사업을 하려 한다”고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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