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토종씨앗] 두마이떡(두만리댁), 이름도 예쁜 ‘제비깨’를 키운다

  • 입력 2015.12.06 12:45
  • 수정 2015.12.06 12:46
  • 기자명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제비깨

▲ 엄남이 할머니
‘제비깨’를 심고 가꾼다는 엄남이(77)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임실치즈마을을 찾았다. 엄 할머니는 여성농업인센터에서 왔을 때 자신은 시어머니가 농사짓던 참깨를 받아서 지금까지 심고 있는데, 그것이 다 토종이라고 밝혔다. 일명 ‘제비깨’다.

“왜냐면, 보통 하던 것인 게 그냥 그 놈 또 종자 받아서 쓰고 그랬지요. 우리들은 옛날 그놈을 써 먹었잖아요. 그런데 지금 깨들은 막 조박조박허니 조박깨고 많이는 난갑드만. 요새 것은 늦되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올되니까. 이것 해내고 무도 심고 허니까. 아직까지 밑 안지고(없애지 않고) 여태 가지고 있는 것이제. 시어머니가 허든 걸 내내야 내가 되물렸제.”

기름을 짜면 그 양은 요즘 깨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했다.

“많이 나오죠. 깟(겉외)이 얇아요 깟이 얇아. 근게 안 밑질라고 그러죠. 근디(그런데) 시방 깨들은 굴찍굴찍(굵직굵직) 막 잘 되고 그런 게 많이씩 쏟아지잖아요 … (중략) … 시방 깨는 깟이 뚜겁죠. 깨가 굴찍굴찍헌디. 우리 깨는 알이 자잘무름해가지고(두꺼워서) 깟이 얇아요. 지금도 그놈 짜면 (기름이) 많이 나온다고 옛날에 어른들이 그랬어요.”

참기름하면 고소한 향은 어떤 것이 더 나은지 확인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 역시 ‘옛날 깨가 옛날 것이 무엇이던지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입깨는 기름을 짜 고소한 향이 아무래도 덜하다고 말한다. 지금은 모두 수입깨 종자가 나와서 맛이 덜해도 그 종자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엄 할머니는 제비깨를 두어 두럭 심어놓았다고 한다. 참깨는 거름을 많이 안 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거름 많이 하면 썩어버려서 못 먹는다는 거다.

스무 살에 임실읍 두만리에서 시집와 여태까지 이곳 치즈마을을 떠난 적이 없다. 아들 셋에 딸 넷의 칠남매를 키웠다는 엄 할머니는 농사짓느라고 자제분들을 씻기지도 않고 밥만 먹여서 뒹굴리면서 어렵게 키웠다고 말한다. 종자를 대하는 애틋한 마음을 볼 때 자식을 대하는 마음 또한 남달랐을 것이라고 짐작해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종자는 지키는 것이 아니라 종자와 함께 한 생을 같이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 오는 12월 17일 임실여성농업인센터에서는 임실 마을곳곳을 돌아다니며 모은 토종씨앗의 이야기를 담아 책자를 발간할 예정이다. 위 원고는 책자에 들어갈 원고 중 일부를 각색한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