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만의 쌀 대풍인데 하루 쌀밥 두 공기도 안 먹어

국내 쌀 넘쳐나는데 수입쌀만 한 해 ‘40만톤’

  • 입력 2015.12.04 11:50
  • 수정 2015.12.04 12:00
  • 기자명 안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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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안혜연 기자]

쌀 농사는 대풍, 소비는 30년 만에 절반 ‘뚝’

지난달 13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올해 10a 당 쌀 생산량은 542kg다. 이는 쌀 풍년이었던 지난해대비 4.2%나 증가한 수치며, 지난 20년을 통틀어 최대치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쌀 단수가 500kg을 넘은 해는 8번이며, 최고로 높았던 해는 2009년 534kg이었다. 올해 쌀 농사는 그야말로 ‘대풍’이다.

이는 9월 하순 이후 일조량 증가 등 기상여건이 좋아 태풍·병충해 피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단수 증가로 인해 올해 벼 재배면적이 지난해대비 2%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량은 지난해대비 2% 증가한 432만7,000톤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 30년 간 우리나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단 한 번의 오름세 없이 지속적으로 내리막을 탔다. 1984년 130.1kg이었던 1인당 쌀 소비량은 2014년 65.1kg까지 하락했다. 30년 동안 쌀 소비량이 딱 반 토막 난 것이다.

쌀 소비 감소는 하루에 먹는 쌀밥의 양으로 보면 더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 1인당 하루 쌀 섭취량은 178.2g이다. 밥 한 공기에 보통 쌀 100g이 들어가니 우리는 하루 세끼 중 두 번도 쌀밥을 먹지 않는 셈이다.

이는 잘 알려져 있듯이 쌀밥 대체식품 증가,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한 밀 소비 증가, 인스턴트식품의 일상화, 외식 증가,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인한 탄수화물 섭취 감소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탓이다.

이마트가 지난 3년간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올해 1〜11월 일반 쌀은 매출 순위 15위를 기록한 반면 빵류는 10위를 차지했다. 일반 쌀 매출은 2013년 7위, 2014년 9위를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쌀 재고량 쌓여 가는데 수입쌀만 한 해 40만톤

쌀 생산 증가와 소비 감소로 현재 쌀 재고물량은 135만톤에 이른다. 이미 세계식량기구(FAO)가 권장하는 우리나라 쌀 적정 재고물량 80만 톤을 훌쩍 초과했다.

국내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지만 우리나라에 고정적으로 들어오는 수입쌀은 매년 40만톤 이상이며, 이 중 일부는 밥쌀용 쌀로 수입된다. 그리고 올해는 쌀 개방 원년이다.

지난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UR) 타결과 함께 우리나라 정부는 매년 일정물량의 쌀을 5% 관세에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데 합의했다. 1995년 5만1,000톤으로 시작한 의무수입물량(MMA)은 매년 증량돼 2004년 20만5,000톤으로, 2014년 40만8,700톤에 이르렀다. 이는 국내 쌀 소비량의 약 9%에 달한다.

그리고 이렇게 대량으로 수입된 수입쌀 중 많은 양이 창고에 쌓여있다. 지난 7월 기준 국내 쌀 재고물량 중 수입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39%다. 수입쌀이 국내 쌀값 하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수입된 쌀은 어디로 유통될까.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의무수입물량 40만8,700톤 중 70%를 가공용으로, 30%를 밥쌀용 쌀로 수입했다.

가공용 수입쌀은 보통 각 지자체로 운송돼 보관창고에 들어가거나, 지자체가 가공업체에게 판매한다. 가공업체는 주로 쌀과자, 수출되는 햇반, 주류 가공 등의 원료로 사용한다.

밥쌀용 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보관하고, 공매를 통해 판매한다. 주로 분식집, 양곡도매상, 건설현장 식당 등에서 구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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