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
정읍 농민들이 단단히 뿔났다. 쌀값 폭락에 대한 정부의 대책도 마뜩지 않은 가운데 지역농협에서 수매벼 수분율 기준을 15%로 유지해서다. 이는 인근지역인 고창(15.5%)이나 김제(16%), 부안(16%)과 비교해도 0.5% 이상 낮다. 지역농협의 기준보다 수분율이 높아 수매가에서 건조비가 삭감될 경우 농민들에겐 이중고가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정읍 농민들은 지난 27일 수분율 16% 수매를 요구하며 황토현농협과 신태인농협 앞에 각각 톤백 40~50개를 쌓고 천막을 설치한 후 농성에 돌입했다. 박형용 정읍시농민회 정책실장은 “수분율을 15%로 했을 때 개개인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수도 있지만 모으면 억단위의 큰돈이 될 수 있다”며 “농협 조합원들이 알게 해서 직접 문제제기를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읍 농민들의 요구는 쌀값이 폭락한 상황에서 지역농협이 기준 수분율을 16%로 높여 최소한 지난해 수매 확정가인 40kg 기준 5만2,000원 정도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역농협에선 수매벼 변질 등 보관상의 이유를 들어 수분율 변경이 어렵다는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읍 농민들은 “여러 정황상 보관상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상의 문제 때문”이라며 “수분율 15%로 벼를 받아 보관, 처리하면 상당한 차익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황토현농협 앞 야적시위 현장에서 만난 노환영 전농 정읍시농민회 고부면지회장은 “정부가 수매하는 공공비축미는 보관 기간이 최소 2-3년 이상이라 수분율 15%로 수매를 하지만 농협 자체 수매 물량은 1년 이상을 보관하면 이미 손실이 생기기에 1년 이상 보관한 선례가 없다”며 “수분율 16%로 1년을 보관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노 고부면지회장은 이어 “수분율 16%가 미질에 있어 가장 좋은 상태로 수분율 15%나 그 미만은 쌀로 가공했을 때 좋은 상태는 아니다”며 “지역농협이 수분율 16%로 수매해서 미질이 좋은 쌀로 가공해서 팔면 농민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 고부면지회장은 “지역농협의 경영문제는 농협이 독립법인이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국가에서 관주도로 만들어진 협동조합이기 때문에 농협 중앙이나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라며 “올해의 경우 설령 적자가 난다하더라도 농민들의 생산비가 보장될 수 있도록 지역농협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