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생기니 문전거래가 사라졌어요”

농촌협동조합을 찾아서 ④ - 완주한우협동조합

  • 입력 2015.11.29 19:09
  • 수정 2015.11.29 21:24
  • 기자명 홍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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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2012년 12월 1일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며 농촌에도 농협 외의 협동조합들이 설립되기 시작했다. 8월 27일 현재 협동조합 기본법에 의해 설립한 협동조합 수는 7,720개에 이른다. 2013년 3,321개였던 기본법에 따른 협동조합 수는 지난해 6,071개로 182.8%에 달하는 높은 증가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양적 성장에 비해 질적 성장은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본지는 농촌지역에서 활동하는 협동조합들의 활동을 취재하며 질적 성장의 내용과 기존 시장질서의 대안으로서 협동조합의 진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 지난 25일 전북 완주군 고산면 고산미소 판매장에서 조영호 완주한우협동조합 이사장(왼쪽 세 번째)이 국복태 이사(오른쪽 첫 번째)와 함께 손님들에게 진열한 한우고기를 설명하고 있다.

신생 협동조합이 짧은 기간에 안정적인 사업을 진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협동조합은 조합원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업을 진행해 참여를 이끌어야 한다. 전북 완주군의 완주한우협동조합(이사장 조영호)은 지역 한우농가들이 가공 및 판매사업에 나서 안정적인 사업운영에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완주한우협동조합은 지난 2012년 11월 창립총회를 열고 다음해 9월 완주군 고산면에서 정육식당(고산미소) 사업을 시작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40여명으로 출발한 조합원 수는 현재 180여명으로 늘었다. 출자금은 4억원에서 9억5,000만원으로 불었으며 지난달엔 경기도 화성시 팔탄면에 고산미소 2호점을 열어 늘어나는 매입물량에 대처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조합이 들어서며 지역에서 문전거래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문전거래는 등급구분을 할 수 없어 최근 시세를 알지 못하면 농가가 손해를 입게 된다. 한우 80여두를 사육하는 국복태 조합 이사는 “예전엔 집에 방문하는 상인들에게 팔기도 했는데 이제는 상인들이 사라졌다”며 “조합에 미리 가계약을 맺어 계획적으로 소를 출하하니 다들 좋아한다”고 전했다. 국 이사는 “농·축협은 임직원들 위주로 돌아가는데 우리조합은 왜 사업에 동참해야하는지 교육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운영도 생산자들이 직접 결정해 주인의식을 더 가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우 100두를 사육하는 김철수 조합 이사는 “지역의 고령농들은 아직 가격정보에 어둡다”면서 “조합이 생기니 지역 농가들 간 소통도 잘 되고 안정적인 출하도 가능해 걱정이 사라졌다”고 반겼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도 고산미소의 품질과 정직함을 인정하는 모습이다. 매장에 들어서면 고기를 손질하는 작업장과 부위와 등급에 따라 구분한 판매가격이 눈에 들어온다. 익산시 왕궁면에서 왔다는 차천규(70)씨는 “이가 좋지 않아 육사시미를 구하려 1달에 2~3번은 온다”며 “다른 매장은 냉장고에서 꺼내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다. 고기를 손질하는 작업장도 보이니 기분이 좋다”고 만족해했다.

가격 또한 유통단계를 줄인 덕분에 일반 판매장보다 저렴하다. 조영호 조합 이사장은 “매입가는 최근 1주일간 전국평균가격을 산정해 정한다. 여기에서 농·축협은 출하수수료와 작업비 등을 합치면 소 1두당 25~30만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우리조합은 농가 부담이 소 1두당 11만원 정도다”라며 “다음달에 육가공센터를 완공하면 더욱 안정적인 공급 시스템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문전거래가를 알아보니 1㎏당 1만원 수준인데 공판장 매입가로 따지면 1등급 수준도 안되는 가격이다. 보통 농가들의 1등급 출현율이 80~90% 수준인데 그만큼 피해를 입는 셈이다”라며 “신문을 읽어도 기사내용이 2주 정도 지난 소식이기에 상인들을 감당하기 힘들다. 그러나 조합이 생긴 뒤 조합원들이 문전거래의 폐혜를 알고 거래를 끊어 지역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조합은 정육식당에서 소비하는 배추, 고춧가루, 양파 등 농산물을 지역농협인 고산농협에서 구매해 지역농가와의 상생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조 이사장은 “사업을 시작할 때 고산농협에 찾아가 원치 않게 경쟁관계가 될까 걱정을 전했는데 고산농협에서 오히려 한우농가들의 어려움에 대응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더라”면서 “고산농협이 회의나 교육할 때 장소도 기꺼이 빌려준다.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역 한우농가들이 절실한 마음으로 시작했다. 다행히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앞으로 생산자들에게 필요한 사료나 농자재 취급사업도 병행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생산자들이 생산비를 보장받으면서 소비자들도 함께 지키는 구조를 만드는 데 계속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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