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용철 10년 후 백남기를 보낼 수 없다

  • 입력 2015.11.29 01:4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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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15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한-미 FTA 반대 농민집회에 참석한 충남 보령 농민 전용철은 집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2일 만에 병원에 실려 갔으나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그의 나이 43세. 농민 전용철은 농촌총각이었다. 단란한 가정을 꿈꿔왔을 그는 궁박한 농촌현실과 경찰의 폭력으로 끝내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이날 경찰은 무자비한 방패와 곤봉을 휘둘렀고, 결국 뇌출혈로 죽음에 이르렀다. 경찰의 폭력 진압에 많은 농민들이 다치고 고령의 홍덕표 농민도 유명을 달리했다.

10년이 지난 지금, 또다시 경찰의 폭력에 69세 고령의 백남기 농민이 사경을 헤매고 있다. 지난 14일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동료들이 그를 구조하는 가운데도 물대포는 조준 사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사과 한마디 없다. 오히려 폭력 집회에 따른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는 적반하장식 주장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은 그날 집회를 폭력집회로 규정해 시위 참가자들을 이슬람 극단주의단체 ‘IS’와 비교하며 국민을 테러집단으로 매도하기에 이르렀다.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국민의 헌법적 권리다.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자유롭게 주장할 수 있고 집단적으로 표시할 수 있다. 그런데 경찰은 이미 위헌 판결을 받은 차벽을 설치해 먼저 법을 위반했고, 최루액과 물대포로 과잉대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때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 쌀값 21만원 보장 하겠다고 전국 방방곡곡에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어떤가? 쌀값은 20년 전 수준인 15만원대로 떨어졌다. 농업은 개방과 기후변화로 위기를 치닫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농업 챙기기는 지난 7월 6일 제4차 핵심과제 점검회의에서 ‘수출농업’, ‘창조농업’, ‘농업의 6차산업화’ 등 현실성 없는 한가한 관심으로만 부각될 뿐이다. 그래서 농민들은 서울에 모였다.

무차별적인 농산물개방에 희망을 잃어가는 농민들의 절규는 당연하고 정당하다.

공권력의 행사는 항상 정당해야 하고 절제돼야 마땅하다.

국민을 테러집단으로 비유하는 대통령에 절망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년 전 전용철 열사를 보냈듯이 또 다시 백남기 농민을 보낼 수는 없다. 백남기 농민을 살려야 한다. 이는 비정상이 된 박근혜 정부를 정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12월 5일 농민들은 또 다시 서울에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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